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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신팀장 Dec 19. 2020

나의 면접 흑역사 2편

나락으로 떨어진 면접 퀸. 관광산업 경험이 없다고요?

   M사와의 인터뷰 후 저는 영국으로 돌아가 석사 논문 작성에 매진했습니다. 주제는 '서울시 축제를 통한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 참고로 인바운드 관광이란 외국사람이 우리나라로 오는 관광이고 반대로 아웃바운드 관광은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으로 나가는 관광입니다. 오랜 시간 논문 주제를 잡기 위해 고민했는데 오래 고민한 만큼 제가 좋아하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주제를 잡게 되었고 이때부터 저와 관광산업의 인연이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논문을 쓰며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에 기여해 애국해야겠다는 열정이 커져 있었고 한국으로 돌아와 구직활동을 하던 중 서울관광재단의 채용 공고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직무도 제가  딱 원하던 해외마케팅이었고 저 일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하지만 경력직 채용이었기에 관광업에 대한 실무 경험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그래도 대학시절부터 시작된 저의 여행 경험, 영국의 관광산업 현황, 저의 논문 등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서 최대한 관광에 대한 저의 애정을 담았고 운 좋게 서류 통과가 되었습니다.


   1차 실무진 면접 때 예상했듯 관광업에 대한 실무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적응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 있었고 저는 준비해 놓은 답변 (저의 불타는 열정, 기존에 컨설턴트로서 여러 산업을 경험해서 특정 산업에 빠르게 적응 가능함 등)으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영어로 서울의 여행지로서의 장점을 이야기해보라는 질문에 능수능란하게 답변을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영국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영어에 능숙했던 것도 점수를 따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1차 면접도 통과한 저는 쾌재를 불렀죠.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관문인 임원진 면접. 실무진 면접에서 받았던 관광업 경험 부재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전 실무진 면접 때와 비슷한 답변을 했습니다. 그리고 매우 인자하게 보이시는 웃는 인상의 한 임원분이 물으셨습니다. "예전 직장에서 힘들게 했던 사람이 주로 상사였어요, 아랫사람이었어요?" 저는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잠시 생각한 후 "상사였던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고 "그럼 상사랑 마찰이 있었을 때 어떻게 했나요?"라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저는 큰 실수를 하고 맙니다. 저는 회사에서 저의 관광 실무 경험 부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제가 사람들과 잘 융화될 수 있는지, 마찰 상황을 지혜롭게 넘기는 능력이 있는지 등의 저의 사회성과 인성 등에도 제 실무 경험 못지않은 관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점을 예상했더라면 저는 일하면서 갈등 상황이 있었던 경험을 떠올리고 어떻게 그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했는지 (설사 그러지 못했더라도 각색을 통해) 모범 답안을 준비했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음... 상사와 일에 대한 의견 대립이 있어서 그 위의 상사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해결을 요청했습니다."


   사실 이 대답은 제 경험과 일치하지도 않습니다. 질문을 받았을 당시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해 그냥 떠오른 한 장면을 토대로 상상을 덧붙여 대답을 했던 것이죠. 저의 대답 후 다른 임원분께서 "허, 그럼 일렀다는 말이네요?"라고 웃으시며 말씀하셨지만 그 말에는 뼈가 있었습니다. 아마 저는 그날 임원분께 '스스로 갈등 해결을 못하는 고자질쟁이' 쯤으로 인식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저는 인간관계 매우 원만하고 갈등 상황도 거의 만들지 않는 사람인데 말이죠.


   대학시절 신입 면접 때는 직무 측면에서는 주로 왜 이 일에 지원했고 이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인성 측면에서는 성격의 장단점 등을 물어보는 질문 등이 대다수였습니다. 저는 순진하게도 경력 면접에는 신입 면접 때와는 다른 질문이 날아온다는 것에 미처 대비를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경력직을 뽑을 때는 다른 환경에서 일해 온 이 사람이 회사의 기존 직원들과 잘 융화될 수 있을지, 회사 고유의 조직 문화에 잘 녹아들 사람인지가 궁금한 것은 당연지사이겠죠.


   경력직 면접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구체적인 예상 질문과 답안을 철저히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저처럼 다른 산업의 다른 직무를 원하는 구직자라면 해당 산업에서 해당 직무를 해  온 사람을 뽑았을 때와 비교해 나를 뽑을 때 그 회사에 줄 수 있는 효용이 무엇인 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본인이 옮기려는 회사에 잘 융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각해야겠죠. 그리고 답안에는 구체적인 실제 경험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제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위의 질문에 1)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상사와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2)하지만 a, b, c의 방법을 통해 상사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라고 답변을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조언. 굳이 이직 생각이 없더라도 면접 기회를 만들어 '면접 감'을 잃지 않는다면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가 왔을 때 실수할 확률이 줄어들 겁니다. 제가 대학 4학년 시절 면접의 달인이었던 것은 그만큼 면접을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PwC 컨설팅 입사 면접이 있었던 2008년 이후 거의 10년 만인 2017년에 면접장에 들어선 저는 '면접 감'이 거의 제로 상태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얼핏 들으면 뻔한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철저한 준비'만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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