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신팀장 Dec 23. 2020

공부할까 이직할까? 당신의 선택은?

공부를 해야 될 타이밍이란?

 직장인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법한 질문이 있습니다.

                   “이직을 해야 할까? 공부를 해야 할까?”

저도 이 질문을 첫 직장에 다니던 시절부터 시작하게 되었고 경영학을 전공한 저는 자연스레 MBA라는 선택지를 종종 고민하곤 했습니다. 우리 사주의 시세 차익이 1억 원쯤 되었던 호시절에는 ‘퇴사하고 외국 가서 1억 원 가지고 공부해야지’라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하곤 했었죠. 결국에는 우리 사주가 폭락해 저의 꿈도 물 건너갔지만 말이죠.      


첫 직장에서의 ‘이직 vs 공부’ 고민은 PwC 컨설팅으로 이직을 하면서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근무한 지 3년이 넘었을 무렵부터 다시 같은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를 가장 괴롭혔던 문제는 제 스스로 ‘내가 전문가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전문가로 분류되는 것에 비추어 보면 저의 고민이 이해가 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마다 조직 체계에 차이점이 있는데 고객사의 산업별로 조직을 구분해 개개인의 컨설턴트가 특정 산업에 대해서만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PwC 컨설팅처럼 산업별 조직 구분이 없어 개개인의 컨설턴트가 여러 산업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하는 컨설팅사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저는 제약, 철강, 화학, 건설, 자동차 등 참으로 다양한 산업의 회사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제공했습니다. 처음에 컨설팅 회사로 이직했을 때는 이러한 다양한 산업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내가 해당 산업에 대한 깊은 지식 없이 ‘아는 척’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더군요.          

물론 저의 회사는 산업 구분 대신 컨설팅의 분야 즉, IT/ 성과 개선 및 관리 / 전략 수립 등에 따라 조직을 구분하고 있기는 했지만 IT 조직 소속이 아니면 실로 다양한 분야의 일에 배치되고는 했습니다. 저 또한 성과관리, 전략 수립,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을 수행했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열망이 크게 생겼습니다.      


한마디로 저는 산업 측면에서도, 컨설팅 분야 – 컨설팅이 아닌 일반 회사라고 하면 직무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측면에서도 전문가라고 느끼지 못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던 것이죠. 이러한 고민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지려고 할 즈음 임신과 출산으로 1년 육아 휴직을 하면서 고민 풍선은 잠시 터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육아를 하면서 모든 고민에서 벗어나 자유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일보다 백만 배는 힘든 육아의 세계에 입성했으니까요. 이 부분은 다음 챕터에서 설명드릴게요.)      


하지만 1년의 육아 휴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기존의 고민에 더해 휴직의 공백 탓이었는지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예전보다 저의 업무 성과가 못 한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워킹맘으로서의 고충까지 더해져 저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이 시절에 생긴 만성 두통은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저를 종종 괴롭히는 아주 지독한 놈이죠. 두통 때문에 난생처음 응급차에 몸을 실은 적도 있으니 말이죠.         


그렇게 끝나지 않는 그 고민이 또 시작이 되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해야 잘하고 또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고민의 나날이 계속되던 그 시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 경제’가 대두되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창조 경제의 한 축인 문화예술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저의 숨어있던 열망을 일깨우기 시작했고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은 이 분야에서 찾을 수 있겠다는 확신과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초중고교 시절 교회 행사 때마다 연극의 주연을 맡으며 무대를 사랑했던 나의 모습, 고등학교 축제 사회자로 지원해 오프닝을 장식하기 위한 탱고 무대를 기획하고 춤을 연습하며 열정을 발산했던 나의 모습, 대학 합창단에서 반주자로 또 사회자로 신나게 활동했던 일들이 떠올랐고 ‘내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고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하지만, 고작 학창 시절의 이력을 들이밀며 문화예술 분야로 옮기기에는 저의 경력은 저 멀리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저에 대한 상황 판단이 되자 그럼 관련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직장인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한다는 것에는 기회비용과 위험 요소가 뒤따릅니다. 우선 공부하는 기간 동안 월급이 들어오지 않고 대신 학비가 나갑니다. 여기에다 외국에서 공부를 한다면 학비에 생활비까지 나가니 비용 부담이 상당합니다. 공부를 하고 돌아온다 하더라도 이전 직장보다 더 맘에 드는 또는 조건이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이러한 기회비용과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부지런한 사람들은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마라는 역할까지 있던 저에게 일과 학업, 그리고 육아의 병행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과감하게 일을 그만두고 학업을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위험 감수 성향이 매우 낮은 저는 오랜 시간 또 고민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상황이 마이너스극의 정점에 달하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구가 플러스극의 정점에 달하니 저는 오랜 고민을 마치고 ‘직장 포기, 학업 전념’의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저를 회상해 보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나의 커리어는 지속될 수 없다’라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절박함이 저의 학업 결정에 방아쇠를 당겨주었고, 국내에서의 학업도 아닌 영국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의 영국행에 남편과 아들까지 대동하였으니 이는 제 일생일대의 가장 큰 위험을 무릎 쓴 결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의 영국행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적인 측면은 제외하고 말이죠). 영국에서 창조 산업 관련 공부를 한 것이 현재의 직장 이직에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 국내에서 관련 공부를 했어도 현재의 직장 또는 유사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창조 산업의 본거지인 영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은 누리지 못했겠죠.      


그럼 다소 두서없을 수도 있지만 제 이야기를 정리해 볼게요.

공부냐 이직이냐라는 기로 앞에 선 당신에게 드리는 신 팀장의 Tip!    

 

1) 학업은 전직 (Career Change)에 도움이 되는가? Yes


2) 무슨 공부를 해야 할까? 나를 원하는 분야로 데려다줄 수 있는 다리역할을 제공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는 산업 (창조 산업)에 관한 공부였는데 물론 직무에 관한 공부도 선택지가 될 수 있겠죠?  

  

3) 언제가 공부해야 될 타이밍일까요? 제 경우의 정답은 내 상황이 매우 절박할 때(위에서 말한 직장 스트레스가 마이너스극의 최고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망이 플러스극의 최고점에 달할 때)입니다. 물론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 오기 전에 공부를 결심할 수도 있겠으나 절박한 상황에서 공부를 할 때와 살 만한(?) 상황에서 공부를 할 때의 마음가짐은 다르겠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