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결론부터 내고 시작하도록 하죠. 결론은 낙타가 바늘구멍 뚫는 것만큼 어렵다입니다.해외 유학 후 현지 취업을 원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실 텐데 현실은 녹록지가 않습니다. 물론, 금융 (특히 회계 분야)이나 이공계 쪽은 비교적 수월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와 같은 인문계열 전공자들에게는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첫 번째로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시간과 돈을 들여 채용하고자 하는 외국인의 취업 비자 발급을 지원해 줘야 하는데 뽑고자 하는 사람이 자국민 대비 매우 뛰어난 역량이 있지 않고서야 회사가 이 귀찮은 일을 해 줄리가 만무합니다.
두 번째로 언어 문제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제 첫 직장 동기는 퇴사 후 컨설팅 회사로 이직했다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석사 과정을 위해 유학을 떠났습니다. 유학을 다녀온 후 그 동기는 유학 생활이 힘들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하더군요.
"영어가 너무 힘들었어. 방학 때 미국인 학교 동기들은 다 인턴십을 하는데 나는 영어 때문에 인턴십 채용이 안 되는 거야. 얼마나 자괴감이 들던지. 우리 아이는 꼭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일 없게 만들 거야..."
한국에서는 영어꽤나 하는 동기가 영어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하니 언어의 장벽이 높긴 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영국에 살다 보니 영국과 사랑에 빠져 현지 취업을 고민했었습니다. 그런데 제 이력서를 들고 학교 취업지원과에 가서 첨삭을 받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짧은 이력서 한 장에도 현지인들이 보기에 어색한 문구들이 나오는데 내가 현지 회사에 들어가 보고서를 제대로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지 회사에 한두 군데 이력서는 냈었으나 돌아오는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어떻게든 더 적극적으로 시도를 해봤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간혹 들지만 같이 왔던 남편이 1년의 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적 제약 때문에 저의 현지 취업 시도는 아주 소심하게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워릭 대학교 동기 및 선배의 2개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1. 같은 반 중국인 친구
이 친구는 일단 대학도 영국에서 나왔기 때문에 영어가 매우 탁월했습니다. 영국에서 쭈욱 서양인 남자 친구도 사귀어왔던 터라 더욱 영어가 탁월했죠. 그리고 본인은 부모님과 너무 안 맞아 중국에 돌아가는 게 죽기보다 싫고, 따라서 영국에서 취업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취업 컨설팅 회사에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시에 매우 거금으로 느껴졌던 거금을 내고 취업 지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같은 반에서 비자 문제가 없는 유럽인 동기를 제외하고는 그 친구만 유일하게 해외 취업에 성공하더군요. 영어 실력도 실력이지만 취업한 회사가 중국계 회사라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도 취업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2. 창업한 한국인 선배
어느 날 교수님과 동기들, 그리고 같은 전공의 선배들 몇 명이 펍에 모여 앉게 되었는데 사업을 하며 영국과 한국을 오가는한국인 선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그 선배는 서양의 아티스트나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들을 큐레이션 하여 한국 및 아시아 국가로 유통하는 사업을 하는 중이었는데 갤러리아 백화점,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등에 매장을 내는 등 사업이 승승장구하는 중이었습니다. 워릭대학교에는 재학생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평가해 선정된 학생에게 영국에서 거주하며 창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창업 비자 발급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 선배는 바로 이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을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선배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현지 취업뿐만이 아니라 현지 창업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후에 저도 이 프로그램에 지원해 창업 아이디어가 통과되어 졸업 후에도 영국에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가족과 생이별을 할 수는 없기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코로나로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외국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쳐보고 싶으신 분 계신가요?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해외 취업과 해외 창업. 당신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