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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신팀장 Jan 09. 2021

유학  후 해외 취업이 가능할까?(2편)

두드리라 그리하면 조그마한 틈이라도 보일 테이니!

   요즈음 김유진 변호사가 쓴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라는 책이 화제입니다. 저도 브런치에서 함께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전 직장 후배 하늘 토끼님한테 추천을 받아 책을 읽는 중이에요. 저자는 로스쿨 재학 시절 높지 않은 학점 때문에 학교의 취업지원과에서 원하는 로펌에는 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좌절하지 않고 어차피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에 원하는 로펌과 변호사들에게 메일을 보내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그렇게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다 보니 영국 유학을 마칠 무렵 제가 겪었던 비슷한 경험이 떠올라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영국에서의 공부가 끝나갈 무렵, 가족과 함께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내 이력서에 영국 회사에서의 경험을 한 줄 보태고 싶다는 갈망이 굉장히 컸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우연히 AEA Consulting이라는 문화예술분야 전문 컨설팅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영국에서는 해당 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회사였고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저의 마음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프로젝트 케이스들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채용 공고가 나와있지는 않았고 비슷한 일을 하는 경쟁사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봤지만 채용 공고는 없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부여잡고 며칠을 보내다가 먼저 문을 두들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왜 그때 그걸 해보지 않았을까?'라는 미련을 남기지 말자는 일종의 인생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두들기기'에 돌입했습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컨설팅 회사인 PwC 컨설팅에서의 경력이 그래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컨설팅 경험과 워릭대학교 내 공연센터에서 일했던 경험, 수업을 들으며 진행했던 경험들을 열심히 녹여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반의 중국인 친구가 중국 시장의 이해에 대한 강점을 바탕으로 영국에서 취업에 성공하는 것을 보며 나도 한국인임을 강점으로 내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다음과 같은 논리를 커버레터 속에 녹였습니다.


한국 정부도 창조산업 육성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너희 회사의 역량이 한국의 창조산업 육성에 꼭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영국과 한국의 다리 역할을 해 줄게. 나를 이용해서 한류로 아시아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에 진출해 보자. 그렇게 하면 너희 회사는 아시아 전체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거야. 그러니 넌 내가 필요해!


  그리고 AEA컨설팅과 다른 컨설팅사  곳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메일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던 것 같습니다.

A consultant who can connect the UK and S.Korea's creative industry.

   영국과 한국의 창조산업을 이을 수 있는 컨설턴트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낸 결과는 어땠을까요? 며칠 후 메일함을 확인하는데 AEA 컨설팅에서 온 메일이 있었습니다. 두근두근...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메일을 읽는데 이럴 수가! 한국에 관심이 있다면서 같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카이프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거예요. 며칠 후 AEA 컨설팅에서 근무 중인 컨설턴트와 스카이프로 만났습니다.


   이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잘 보여야 할까 라는 생각으로 너무 떨렸지만 쾌활한 그녀와 고무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본인의 회사에서 현재 세계 문화 지구 네트워크 (Global Cultural District Network, GCDN)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저에게 한국의 문화 지구 (예를 들면 대학로)와 주요 문화예술 관련 조직 등을 리서치해 줄 수 있는지 물었고 저는 'of course'로 화답했습니다.


   저는 한국에 돌아와서 원격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리서치 업무를 마쳤고, 이후에는 세계 문화 지구 네트워크에 한국의 참여를 이끌어내 달라는 업무 요청을 받았습니다. 여러 문화예술 분야 관계자들을 컨택해 네트워크의 취지와 필요 참여성을 피력했고 마침내 서울시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AEA컨설팅은 서울시를 그 해 스페인에서 2박 3일에 걸쳐 열린 GCDN 콘퍼런스에 초대했고 저는 코디네이터 겸 통역 역할로 서울시 문화관광 담당 공무원들과 함께 스페인으로 날아갔습니다.

  콘퍼런스에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활동 중인 문화예술 분야 관계자들이 모였고, 그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그들과 대화를 하며 저는 졸음

방지 껌을 씹었을 때 눈이 번쩍 뜨이는 것 마냥 문화예술 세계에 눈이 번쩍 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과자로 만든 집에 도착한 헨젤과 그레텔처럼 각국의 전문가들이 전하는 인사이트를 맛있는 과자인 양 음미하며 받아들였죠.

 GCDN의 일환이었던 아트 사파리 프로그램. 예술가 두 분이 저희를 바르셀로나의 문화예술 공간들로 안내해 주셨죠. 

    1분 1초가 소중했던 그때의 시간은 제 평생을 통틀어 가장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콘퍼런스에서 만났던 분들과의 인연이 이어져 스페인의 문화예술 담당 공무원이 서울에 방문해 함께 문래동 창작예술촌을 답사했던 일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을 세계에 알린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지요.


   이렇게 메일 한 통으로 저는 영국 회사와의 인연을 만든다는 소기의 목적은 물론, 이 회사가 아니었으면 어쩌면 평생 알지 못했을 GCDN이라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지의 문화예술 전문가들과 인연을 맺는 기회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메일의 소득이 이렇게 클진대 여러분도 원하는 회사에 메일을 쓰는 용기를 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서두에 언급한 하늘토끼님과 커리어에 대한 글을 같이 쓰고있는 중입니다. 아래 링크의 글에도 그녀가 경영 컨설턴트가 되고싶어 생판 모르는 경영 컨설턴트들에게 페이스북으로 메세지를 보냈던 에피소드들과 원하는 직업을 찾기위해 필요한 꿀팁들이 담겨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https://brunch.co.kr/@whynotyoung/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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