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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Gwon Mar 03. 2021

당신이 맞이하고 싶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EBS다큐프라임-Death]


병원의 볼드모트


병원이라는 곳은 죽음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죽음을 회피한다.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은 금기이고, 남자 의사들 복장에서 검은 넥타이도 금기이며, 4층이나 444호 병실은 없다. 매일 심폐소생술 방송이 울리고 병색이 완연한 환자들이 가득한 병원에서 다들 죽음의 존재를 그 무엇보다 크게 느끼면서도 약속이나 한듯이 죽음 따윈 없는 척을 한다. 볼드모트가 따로 없다. 


그래, 환자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의사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환자를 품을 수 있어야하지 않나. 비유하자면, 아이가 혼자 자는 것이 무섭다고 엉엉 운다. 그럴 때 엄마도 무섭다며 아이랑 같이 엄마가 엉엉 울면 아이의 불안은 극대화될 것이다. 엄마가 아이의 두려움을 품어주고 혼자 자는 것은 어른이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부드럽게 알려주어 이끌어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지 않나.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주치의였음에도 환자만큼이나 죽음을 두려워했다. 죽음을 피하지 않고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것, 의사에게 꼭 필요한 자질인데. 그런데 학부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환자를 살리는가에 대해서는 주구장창 배우면서 어떻게 하면 환자가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성숙한 주치의가 되어 환자의 두려움을 보듬어 주고 싶었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을 똑바로 쳐다보아야 했다.




뭣이 중헌디


아기가 태어날 때는 아기방도 꾸미고 아기용품도 준비하고 태교도 하면서 준비를 해놓고 축복하는데 왜 사람이 죽는 것은 미리 준비하지 않고 축복도 받지 못하고 검은색, 저승사자, 귀신, 공포와 연결되는 건지. 죽음을 자연스럽고 행복한 삶의 과정으로 볼 순 없는 걸까.


안쓰러울 정도로 죽음을 못 본 척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영국은 죽음의 질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35위쯤이었다. 한국과 무엇이 다른고하니, 영국은 매년 5월 죽음 알림 주간을 정해두고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유언장을 써보고, 원하는 장례절차를 의논하고, 입관체험을 해보기도 하고, 관을 예쁘게 꾸미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해주고,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과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처음에는 영국 국민들도 죽음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는데 정부의 노력 덕분에 지금처럼 인식이 개선되었다.


death cafe도 있는데 이곳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만난 사람과 나누는 곳이다. 분위기가 어두울 것 같지만 맛있는 음식과 함께 웃음이 끊이질 않고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여러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긍정적인 죽음을 (잠시라도) 생각한 후에는 이타심이 커짐을 알아냈다. 기부를 많이 하고, 우울증이 오히려 감소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감소하고, 자신에 대한 수용적 태도가 증가하고, 삶의 행복 지수가 증가하며,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 뭣이 중헌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죽음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툭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곧 사회가 성숙해지는 방법이다.




당신은 삶의 마지막 순간이 어떻길 바라나요?


삶의 마지막 순간, 내 모습이 몸 여기저기에 인공튜브가 꽂혀있고 기계와 약의 힘으로 억지로 연명하는 모습이길 바라지 않는다. 가족에게 사랑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지나간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힘들고도 아름다웠던 이 세상 이만하면 잘 살아냈다고, 감사함이 가득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눈을 감고 싶다.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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