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y Gwon Mar 04. 2021

미나리가 어디서든 잘 사는 이유

영화 '미나리'

잔잔하고 감동적인 가족영화....인데 정작 내가 한 생각은 '비혼 유발 영화인가?'였다. 부부는 지지고 볶고 같이 사네 마네 소리소리를 지른다. 그럼에도 다음 장면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아침 준비를 하고 일을 나갈 채비를 하고 아이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다. 심지어 그동안 힘들게 지은 농작물은 할머니 때문에 홀랑 다 태웠다. 그럼에도 다음 장면에서는 '할머니, 어디가. 우리집은 저기야'하고 가족끼리 거실에서 다 같이 자는 모습이 나온다.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가족애가 느껴져 눈물이 흐르긴 했는데 이상하게 뭉클함과 함께 불편함도 느꼈다. '저렇게까지 서로 부대끼면서도 같이 살고 싶을까?' 싶어서. 감독은 비혼을 유발하려고 이 영화를 만들진 않았을텐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가만 보면 부대껴사는 가족의 모습은 미나리를 닮았다. 이 모습은 미국의 개인주의 문화와 대조된다. '빅 가든'에서 폴은 채소를 서로 간격을 두고 심으라고 한다. 그에 비해 할머니가 심은 미나리는 잡초처럼 서로 부대끼며 다닥다닥 붙어 자란다. 그렇게 붙어살면 서로 뿌리가 얽히고 더 크게 자라지 못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어디든 뿌리를 내리고 끈질기게 살아낸다.

또다른 대조 장면을 볼까. 병아리 감별 작업에서 한국인을 만나자 모니카가 반가워하며 왜 교회가 없느냐 했다. 그러자 여기 사람들은 한국 교회를 벗어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교회가 어땠길래?라는 의문의 답은 영화를 다 보고 알 수 있었다. 모니카는 미나리처럼 부대끼며 살고 싶었다. 그에 비해 다른 한국 사람들은 그 부대낌을 벗어나 미국인처럼 서로 간격을 두고 살고 싶었던 것일 게다.

신기한 것은 모니카 가족이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원천이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데도 모니카 가족은 서로 부대끼며 살아간다. 아내는 남편의 꿈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편은 폴을 이해하지 못하고 손주는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미나리가 옆에서 자라는 미나리를 이해하고 공감해서 부대껴 자라는 것이 아니듯. 모니카 가족도 그냥 그렇게 옆에서 살을 맞대고 서로 생채기를 내면서도 부대껴 산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서로 부대끼기에 어디서든 잘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맞이하고 싶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