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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Gwon Jan 08. 2023

30대 의대생에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나는 마음이 아픈 의사입니다]조안나 캐넌 지음

영국인 작가가 30대에 늦깎이 영국 의대생으로 입학해 정신과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공감가는 것이 많았다. (다만 감정에 치우치고 자기연민이 강하게 느껴져 거부감이 들 때가 있었다.)


1. 수련과정이 힘들었던 이유

수련 과정이 힘들었던 이유를 잊고 있었는데 섬세하게 다시 기억났다. 방금 겪은 상심에 대해 소화시킬 틈도 없이, 이야기하지도 않은 채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 쌓여가는 상처를 돌아볼 여유도 없고, 상처를 돌아보더라도 주변에서 '요즘 한가한가봐?'하며 농담의 탈을 쓴 비난을 했다. 그렇게 살다보면 점점 마음이 공허해지면서 자아가 없어진다.


2. 말의 무게

말의 무게를 늘 마음에 되새기자. 말은, 특히 의사의 말은 절대로 말로 끝나는 법이 없다. 나쁜 소식 전하기도 그렇지만 환자에게 의사의 말 한마디는 크게 다가간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와의 거리 조절도 중요하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서로 책임관계 없는 편한 친구 관계가 절대, 절대, 절대 아니다. 환자는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태이다. 어디에 상처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왜 농담을 진지하게 받냐고 뭐라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관계이다. 이 책에서는 명확하게 어떻게 거리 조절을 해야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내가 주치의를 맡았을 때 다른 사람들에 비해 환자들과 사적인 대화를 많이 한다는 걸 알았다. 일부러 그렇게 노력한다기 보다는 평소 주변 사람을 만날 때 대화습관이 그렇다. 자꾸 더 깊이 들어가려고 한다.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조절은 필요하다. 그런 대화가 잘 맞았던 환자도 있지만 그게 맞지 않았던 환자도 있었다. 


3. Outlier

다른 일을 하다가 30대에 의대에 입학했던 작가는 병원에서 아웃라이어 취급을 받았다. 왜 온거야? 전에는 뭐하다가? 더 일찍 시작 안한 이유가 뭐야? 끊임없이 자신을 설명하고 입증해야하는 질문이 들어온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순수한 호기심에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닫힌 마음을 이미 세팅하고 질문을 가장하여 배타적 태도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땐 피곤하다. 여기에 대해 작가는 연륜 있는 위로를 건넨다. 결국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고. 마침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온다고. 공감과 위로, 그리고 사소한 말과 행동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혜안은 어쩌면 경험을 통해서만 터득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나의 20대는 마냥 불안정했다. 그냥 무작정 열심히 살았다. 내 색깔도 몰랐다. 하지만 30대의 나는 적어도 20대의 나보단 안정적이고 방향성이 있고 색깔도 선명해졌다.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그냥 쉬지 뭘 자꾸 하냐는 사람들의 걱정 어린 핀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관련 없고 필요 없어 보이지만 재밌어서 해온 작은 경험 하나하나가 점이 되어 나중엔 아름다운 그림으로 연결된다는 걸 몸소 경험해봤으니까.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건넨 정보 덕분에 의대 편입을 준비했고, 의외의 사람이 연결해준 덕분에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도 얻을 수 있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소중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기준과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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