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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Gwon Jan 28. 2023

불안의 원인과 해결법(feat.30대 의대생의 노하우)

[불안해 보여서 불안한 당신에게]한창욱 지음


의대생 치고 불안지수가 낮은 사람은 없다. 어떤 의대생이 지금은 여유로워 보이더라도 그는 과거 삶의 어느 구간에서는 전력을 다해 공부한 경험이 있다. 최선을 다하는 동안은 삶이 아름답지 않다.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아름다웠노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누군가 그랬다. 열심히 뛰는 달리기 선수가 그 순간 행복하다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 거라고.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달릴 때 불안은 자동으로 따라온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불안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무엇인가를 원하는 것'이다. 치열한 삶이 고달픈 이유 중 하나는 불안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안과 싸워가며 어렵게 의대에 입학한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하는 과와 원하는 병원에 들어가지 못할까봐, 평판이 좋지 않아져서 이 좁은 의사 사회에서 고립될까봐 등등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은 계속 이어진다.


중고등학생, 한의대생, 전공의로서 보낸 약 15년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한의대만 들어가면 괜찮겠지 했지만 아니었고, 졸업만 하면 괜찮겠지 했지만 아니었고, 원하던 과에 들어가면 괜찮겠지 했지만 아니었다. 인생은 산 넘어 산이란 걸 30살이 되어서 알았다. 인생은 원래 苦(괴로울 고)라서 평생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힘든 삶을 살아가는지 보니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이 가지각색이었다. 그리고 똑같이 어려운 환경에 처하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불안의 정도도 달랐다. 무엇 때문에 반응이 다른 걸까. 30대가 되어 주어진 다음 퀘스트는 의대 생활이었다. 이번에는 20대 때보다 덜 불안하고 싶었다. 그래서 불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날 불안하게 만든 원인을 모아놓고 보니 모두 '~할까봐' 불안한 것이었다. 불안은 결국 불확실성 때문이란 걸 알았다.


원인을 알면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불안을 가라앉히는 노하우가 생겼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과 큰 흐름은 일맥상통하는데, 책 내용을 더 구체화해서 내가 쓰는 방법을 정리해보았다.



1. 끄적이기          

불안한 대상의 실체를 적어서 분석해본다. 생각보다 그리 큰 일이 아닌 경우가 많고 큰 일이더라도 하나하나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면 불안이 줄어든다. 그동안 몰라서 두렵기만 했던 대상이지만 베일을 벗겨 눈 앞에 보이면 덜 두려워진다. 예를 들어 시험을 못 볼까봐 걱정이라면, 시험까지 남은 기간과 해야할 공부량을 수치화해서 공부 계획을 직접 세웠을 때 불안이 줄어든다. 비슷한 원리로, 잡념 쓰레기통으로 메모를 활용할 수도 있다. 불안해서 집중을 못할 땐 메모장에 그 불안에 대해 써본다. 막상 글로 표현해보면 생각에 비약이 있다거나 과한 상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불안이 가라앉는다.


2. 루틴

생각이 많아지면 '~할까봐'의 시나리오에 살이 붙으면서 자극이 과다하게 들어온다. 그럴 땐 외부 자극을 단순화 해놓으면 흔들릴 요소가 줄어든다. 그리고 평소에 익숙한 루틴 덕분에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수면패턴을 일정하게 한다거나, 주말 하루는 알람 없이 푹 잔다거나, 아침은 챙겨먹는다거나 하는 나름의 생활리듬을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좋다. 특히 생각이 많아지면 청소가 되었든, 산책이 되었든 아묻따 몸을 움직인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했을 때 마음도 가장 건강했다.


3. 감사일기

거창하게 할 필요 없다. 오늘 저녁이 맛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이정도로도 충분하다. 끄적이는 게 싫다면 자기 전에 하룻동안 감사했던 일을 하나라도 떠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하루 일과에 지쳐 '아 힘들다'하고 잠들어 버리려다가 잠깐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할 일이 뭐가 있었지 떠올리려하면 처음엔 잘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떠올리려고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일상에서 '아 이거 이따 감사일기에 써야겠다' 하는 순간들이 온다. 그 시간이 쌓이면, 갖지 못한 것보다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함으로써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여유가 생긴다.


4. 딴 짓하기(a.k.a. 취미)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 바로 딴 짓이다. 일부러 전공과 관련 없는 걸 할 필요는 없다. 포인트는 창작과 소통이다. 정보를 머리에 입력만 하는 것보다 되도록 감정과 생각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창작활동이 좋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면 더욱 좋다. 내게 딴짓은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 편한 사람과 같이 운동하기, 유튜브 영상 만들기 등이다. 창작을 하면 내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 관성에 사로잡혀 늘 하던대로만 생각하던 사고회로에 새로운 길이 열린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치면 20여년을 불안과 씨름했다. 내가 유별나게 예민한 건가 자책을 한 적도 있고, 인생은 평생 괴로움의 연속이란 사실에 무력감과 허무주의에 빠진 적도 있다. 지금도 불안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요령이 생겼다. 끄적이기, 루틴, 감사일기, 딴 짓하기. 당연한 소리 같을 수도 있지만 불안에 휩싸여 있을 때에는 경주마처럼 당장 눈 앞의 현실에 허덕이기 바빠서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이 생각나지 않기도 한다. 지금 그런 상황인 누군가를 위해, 또는 언젠가 또 불안에 휩싸여 힘들어할지도 모를 나를 위해 이 글을 남겨둔다.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 옳은 선택은 없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박웅현 '여덟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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