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벌써 1년
나율이가 태어나고 1년을 맞이할 때에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소중함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었어야 했는가 반성해 본다.
포동포동하고 부드러운 살결, 귀여운 표정 하루하루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론 지금도 똑같은 감정이지만 우리에게 오늘이 마지막 하루인 것처럼 그 때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직장에서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오는 순간부터는 오직 우리 아이만 생각하면 행복해지곤 했다. 그리고 나율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9개월부터 걷는 바람에 돌 좔영 때 너무 힘들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이리 도망가고 저리 도망가고
까까로 꼬셔도 낼름 집어먹고는 도망가기 일쑤였다.
덕분에 아내와 나는 1컷을 건지기 위해 수없이 스튜디오를 방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사진을 많이 찍은 덕분에 좋은 추억들을 남길 수 있었다.
돌잔치를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챙겨야만 했다.
우선 돌잔치를 어디서 할 것인가부터 해서 몇 명을 초대할 것인지 성장 동영상에 쓰일 사진도 골라야 하고
주인공인 아내의 다이어트와 의상까지 하나하나 챙길 것 투성이었다.
결혼식과 돌잔치는 커다란 기쁨이기도 하지만 준비할 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아이가 1살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때는 정신이 없기도 했고 육아에 대한 어떤 생각과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빠가 되었기 때문에 매일이 나에게는 새로움과 배움의 연속이었다.
그 속에서 무언가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여유 따위는 없었으니까…
5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1살이라고 하는 것은 세상에 태어나 부자유스럽긴 해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의미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을 좀 더 깊게 할 수 있고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어디론가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빠, 엄마에게 의지 하지 않고 좁은 반경이지만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좀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는 시기가 1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1년 마다 우리는 설레는 생일을 맞이한다.
나중에 나율이가 성인이 되어 우리와 함께하는 생일 파티보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 딸들의 생일은 반드시 내가 챙기고 싶다.
오지 않을 것만 같은 1년이 벌써 이렇게 지나가는 것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나를 찾는 시간도 조금씩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서글프다.
곁에서 놀아 달라고 조를 때는 조금 더 쉬고 싶은 마음 이었는데 이렇게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나의 도움이 조금씩 덜 필요해 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랜만에 태어난지 1년된 나율이 사진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기도 하고 우리 함께 걸음마 연습을 하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조금은 슬프기도 하다.
2018. 06. 10
L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