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제2장 대학

by 이준성공

大學

크게 배우고 크게 느끼고 크게 성장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인생은 언제나 그렇듯 크게 열리지 않았다.

아쉽지만 부모님은 나에게 한번도 진지하게 대학을 고민해 보라고 하지 않으셨다.

(그 것이 고마울 때도 있고 아쉬울 때도 있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대학은 나에게 실체가 없는 막연함과 같았다.

지금 어린시절로 돌아갈 수 있으면 목숨을 걸고 공부하겠냐고 물어보면 "나의 대답은 아니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을 무척 후회한다.


회사에 다니다보면 놀라운 경험을 많이 접하게 된다.

예상치 못했던 그 또는 그녀의 학력을 듣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얼마나 많은 공부와 고민과 노력을 했을까? 나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1999년 수능을 보았지만 입시에 대한 계획도 전략도 없었다.

그렇게 대학은 나의 인생에서 끝난 줄 알았다.

2000년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친구따라 강남가는 셈치고 동국대학교 전자계산원에 입학했다.

공교롭게도 그 친구는 입학하지 못하고 나 혼자 다니게 된 것은 우연일까

전자계산원에서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 째, 정보처리산업기사를 취득하여 취업에 성공하는 것

둘 째, 학업성적을 높여 3학년에 일반대학으로 편입하는 것


슬프지만 나의 목표는 없었다.

그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뭔가 해야한다는 의무감에 시작한 학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좋았다.

웃픈 예기지만 전자계산원에서 배우는 과목은 내가 평소에 관심이 있고 바라던 과목들이었던 것이다.

커뮤니티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1년 후 군대에 갔다.


軍隊大學

군대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많지만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얻은 것들이 상당히 많다.

첫 째, 또라이가 세상에 참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

둘 쨰, 서울대나 지방대나 고졸이나 이등병 모자를 씌워 놓으면 한사람 인간만 남는 다는 점

셋 째, 이 생각 저 생각하다 결국 딴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는 점

군대라는 열악하고 제한된 환경이 그 동안 담을 쌓았던 책과 친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쉬고 있는 시간을 무엇인가로 채우지 않으면 공허함으로 가득한 순간들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일병이 되고부터 한 권 두 권 모아둔 책이 상병때는 관물대를 꽉 채워 더 이상 보관할 구역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 타이밍에 군 생활을 열심히 한 죄로 교육계원이 되어서 행정반 창고를 사용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그 창고는 나의 책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가장 적절한 곳이었다.)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어려서일까 생각이 없어서 일까 아니면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채

전역을 하게 되었다.


會社大學

회사에서는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직장에서의 예절, 동료와의 관계, 일을 하는 방법 등 대학에서 글로써 가르쳐주는 다양한 주제를

현장에서 다양한 케이스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 우편수발실에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대학 졸업"

내 꿈은 게임회사 사장이니 게임학과를 전공해야겠군!

정말 말도 안되는 학과를 선택했고 좌절했으며, 결국 실패했다.

우연히도 총무팀 소속이 되었으나 행사 진행과 운영기획에 흥미를 느껴 총무업무에 도전하였고

업무에 도움이 되는 학과를 아주 쉽게 경영학으로 변경하였다.

돌이켜보면 뭐든 마음먹으면 쉽게 결정하고 도전해보고 아닌 것은 포기한 것이 나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2006년에 사이버대학에 수강 신청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All F학점을 맞아보기도 하고 1년 휴학도 하고

여차저차 4년 과정을 결국 8년만에 졸업하게 되었다. (왠만하면 포기할 만도 한데 신기했다.)

학점은 별로 좋지 않았다. 3~4학년 과정을 결혼하고 마쳤으며 일과 가정 그리고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정말

정말 힘들었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고려해 보았으나 최종학력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최종학력을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서는 더더욱 인정되지 않으므로 수 차례 고민 끝에 현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생각해 보면 대학 4년 동안 배운 것보다 회사에서 1년 배운 것들이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장에 얼마나 적용 가능한가로 결정되는 거 같다.

내가 통상적으로 작성한 매뉴얼을 가장 싫어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회사라는 대학은 지금도 끊임 없이 나에게 배움을 강요하고 있다.

그곳에서 생존하기 위해 오늘 밤도 새로운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지친 몸을 집으로 모셔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讀書大學

대학에서 강의나 회사에서 실전적인 배움이 많은 도움이 되지만 나의 인생에 가장 커다란(大) 배움(學)은

결국 독서를 통한다.

물론 나의 나쁜 습관으로 하나의 책을 여러번 읽고 깊이있게 곱씹어 보는 부분이 부족하지만 독서에서 만큼은다양한 방면으로 새로운 주제를 탐구해 가는 자세 만큼은 '멀티포텐셜라이트'의 그것과 닮았다.

나의 인생에 최초의 독서는 무엇일까? 어린시절 읽었던 위인전일까?

내가 생각하는 인생 최초의 독서는 성인이 되어서 읽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라고 생각한다.

왜 유아시절 읽었던 책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 읽은 책인가?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무엇인가 진심으로 깨닫고 그것을 성찰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만20세가 된 시점부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책에 대한 관심도 부족했지만 이해력이 부족한 것이 더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다행히도 삼십대 중반이 된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지식은 쌓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회사에 다니면서 월급의 10%는 꼭 책을 구입하는데 사용했지만 이 또한 비용과 공간에 대한 낭비라고 생각된 이후부터는 줄곧 회사와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보는데 익숙해졌다.

집을 이사하면서 고려한 1순위는 회사와의 거리, 2순위가 도서관 옆이었다.



대학

대학은 수단이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유독 나의 이력서만 초라하고 매력없어 보이는 이유는 고졸이고 사이버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Y를 진학했다면 나의 인생이 크게 변화했을 거라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학창시절로 돌아간다고 SKY에 진학할 만큼 공부를 할 수 없을 뿐더러 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대학이 필요했다면 모를까 지금 반드시 필요한 것은 실력이 아닐까?


人生大學

인생이라는 대학에서 나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 나 자신을 아는 것, 나와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등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걸을 수 없다면 남과 다른 길을 가고 싶다.

그 길에는 커다란 가르침이 있을 것이고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나는 언제나 부족하기에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나에게 대학은 군대였고 회사였으며, 독서였다.
지금도 인생이라는 대학에서 하루하루 뚜두려 맞으면서 배우고 있는 중이다.
- Mr. Hyde 2016. 0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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