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투자
스무 살 때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나는 돈을 번다기보다는 뭔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공간이 너무 좋았다.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노동시간이라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차곡차고 모은 돈으로 Fender사의 유명한 Stratocaster 모델을 구입할 수 있었고 그 기타는 곧 나의 인생기타가 되었다.
기타를 구매할 때 방문했던 매장에는 어린 시절 동네에 함께 살던 형이 기타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형이 기타를 팔고 있을 줄이야...
너무 놀랍기도 했고 아는 사람이니 더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사고 싶은 기타는 내가 가지고 있는 현금보다 고가의 기타였고 그것을 포기하려는 찰나 형으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부족한 금액은 나중에 갚아도 되니까 이걸로 살래?
그렇게 나는 기타를 살 수 있었고 어느덧 약속했던 그날이 왔다.
그가 득달같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요구했다.
나는 원래 주려고 했던 돈을 주는 것인데 왠지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
내가 돈을 떼먹고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월급날짜가 되면 바로 주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빚을 갚으라고 독촉을 받는 기분이었다.
(줄 돈 이건 받을 돈이 건 사람 사이에 돈 거래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이 때 깨달았다.)
그리고 아마 이때부터 부채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생겼던 것 같다.
군대를 다녀오고 엔씨소프트에서 파견직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작지만 꾸준하게 월급을 받게 되었다. 월급에 대한 관리도 부모님으로부터 가져와서 이제는 내가 직접 월급을 관리하게 되었고 나는 평소 갖지 못했던 물건들을 사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만나면 술을 사주고 그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라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들에게 이용당한 것일 수도...(걔들은 술값은 안내도 자기 사고 싶은 것은 잘도 샀다.)
그렇게 소비가 늘어나자 결국 가계에는 비상등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