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도서관에 간다.

by 이준성공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책 한권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책 한권을 독파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책의 대략적인 맥락만 읽고 최대한 많은 영감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독서를 즐긴다.

누군가는 나에게 이러한 독서 방식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결국 독서라는 것은 생각을 이끌어 내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니까


스물한 살 군대에서 게임잡지를 너무 읽고 싶었으나

짬밥이 되지 않는 관계로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뭐든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제목이 '샘물', '좋은 생각'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외에도 책 꽂이에 있는(재미없는) 책들을 틈틈이 보면서 다른 책이 읽고 싶어졌다.

고백하건대 스무살 때까지 완독한 책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없었고 "똘이는 은행장"인가 주인공의 아버지가 수은 중독증으로 세상을 떠나고 거액의 보험료를 지급 받게된 똘이가 자금을 굴리게 되는 내용으로 슬프지만 부모의 죽음으로 돈이 많이 생겼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이런 현실에서 독서, 토론, 논술 자체가 내 인생에서 없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재미없는 책들 속에서) 읽게 된 책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다.

문학이라는 장르 자체를 싫어했으나 이 책 만큼은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후에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읽었다.

다행히 교육행정병이라 행정반 창고를 사용할 수 있었고 수많은 서적을 보관할 수 있었다.

전역할 때는 떠블백 2개 정도 분량의 책을 보관하고 있었다


군대 전역 후 엔씨소프트 우편실에 파견직으로 근무하면서 우편물을 모두 배달하고 하루에 1~2시간씩 시간이 남아서 일본어 공부와 독서를 했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꿈"과 "희망"을 표현한 글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는 언젠가 정규직이 될 것이고 돈을 많이 벌것이고 성공할 것이다.', 이 곳은 인재의 요람이다.'와 같은 식이다.

엔씨소프트에는 라이브러리가 있어서 언제나 쉽고 편리하게 책을 빌릴 수 있다.

이곳에서 책을 빌리기도 했지만 나는 왠지 새책을 사는 것이 너무 좋았다.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웠고 새책 특유의 냄새와 촉감 그리고 신착 도서를 책상위에 올려놓는 뿌듯함까지...

세후 96만원 정도 되는 월급이었으나 한달에 책사는 데에만 6~7만원 정도 소비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매월 구매하던 책의 가격만큼이나 매년 월급이 올란 것을 보면 책을 더 열심히 사지 않은 것이 후회되기도 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집 한구석에 책장 3개가 채워질 때 쯤(결코 다독이 아니었으며 6~7년 모은 것 치고 제법 모였던 것 같다.) 상무님으로부터 책을 사면 가계에 부담되지 않느냐는 말씀을 들었다.

그동안 뭔가 관성으로 생각했던 책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날 이후로는 책 구매를 최소화하고 라이브러리에서 책을 빌리기 시작했다.

책을 빌리기 시작한 이후로 좀 더 다양한 책을 읽게 되었다. 기존에는 온라인 책 구매 사이트 또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을 이용했으나 한정된 시간으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기 어려웠는데 회사 라이브러리는 그것을 초월할 수 있는 환경적인 여유가 있었다.


결혼한 후에는 원룸에 살았기 때문에 집에 꼭 필요한 집기류 외에는 책을 놓을 공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더 이상 책을 구입할 수가 없었다.

주말이면 와이프와 손잡고 동네 근처 성내도서관에서 각자 책을 읽고 집에 가는 길에는 와이프가 읽었던 소설 줄거리를 나에게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이다.)

그러나 2년 후 회사가 판교로 이사를 할 예정이었고 우리 원룸의 전세계약도 종료되어 이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신혼집을 구할 때 도서관 근처로 구하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전세집을 계약할 때에도 두가지 필수 조건을 정했다.


회사와 가까울 것

도서관이 가까울 것

그래서 시작된 집구하기는 약 1년 가까이 진행되었다.

주말이면 복정부터 용인까지 열심히 집을 보러 다녔다.

열심히 알아본 것에 대한 대가였는지 정말로 마음에 드는 집을 찾게 되었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야탑으로 이사오고 나서 몇 달 후 아기가 태어난 관계로 집에서 5분거리에 있는 훌륭한 도서관을 제대로 이용도 못했다.

그 덕분에 회시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매주 7권 책을 대여해서 읽다보니 대출왕으로 상도 받고 개인적으로 뿌듯함도 느낄 스 있게 되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아내와 둘째를 데리고 중앙도서관에 갔다.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자니 신혼 때 생각도 나고

뭐 대단한게 행복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머니가 항상 나에게 "놀기 좋아하고 친구 좋아한다"고 귀에 못이 막히도록 말씀하시면서도 성인이 되고 책을 읽는 모습에 대해서는 무척 행복해 하셨다.


그렇게 15년이 흐르고 돌이켜보니 나의 인생을 180도 바꾼 인생의 계기는 독서와 도서관이 아니었나 싶다.


그냥 그저 그렇게 시시한 삶을 살 수도 있었으나 회사도 꾸준히 다니고 주말에 글도 쓰고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

도서관에 가면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공무원 준비를 누군가는 자격증 준비를 누군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오늘도 도서관에 가서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 이사가는 위례신도시에는 도서관이 없어서 참 아쉽지만 도서관을 찾아 멀리 다니는 것도 즐거울 것 같긴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도서관에 간다.


2016. 12. 21

Hy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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