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야
#1 준비없는 아빠
철없는 내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그래, 결혼은 할 수 있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뭔가 다른 영역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해
세상에 태어나 나 혼자만 알고 나만을 위해 살아왔던 내가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자를 책임지겠다고 수 많은 사람에게 맹세했다.
그러나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르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막연히 나도 형제가 있으니 나도 자식을 낳게 된다면 둘을 낳아야 겠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 같다.
아내와 결혼하고 너무 행복했다.
매일 헤어지기 싫어서 집앞에서 서성이던 시간들도 이제는 없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로에 대한 생각으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1년간 신혼을 즐긴 후 아이에 대한 고민을 하기로 합의했기에
철저하게 둘 만의 시간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일 년 후...
아내 : 여보 아이는 어떻게 할꺼야? 여보가 낳는 것도 아니니 아무 생각 없지
나 : 아냐 여보, (자신없는 목소리로) 나 잘 할 수 있어
아내 : (못 미더운듯) 그럼 언제 아이를 낳는게 좋을까?
나 : (이럴 줄 알았으면 고민을 좀 더 할껄...) 여보는 언제가 좋겠어?
아내 : 연초에 태어나는 게 좋아
나 :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래...그럼 그렇게 하자
나는 아빠가 될 준비가 되지 못했다.
생체적으로는 아이를 가질 수 있었지만 정신이나 마음은 그러하질 못했다.
아내와 그냥 둘이 행복하게 살 수도 있는데
뭔가 남들이 하기 때문에 무작정 따라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내는 둘 째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는 꼭 낳아서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물론 아내도 출산에 대해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맞이하게될 운명의 기쁨과 고통도 인지하지 못했다.
아기를 가지기로 마음을 결정한 이후부터 운동을 하고 술도 줄이고 영양제도 먹고
나 스스로 한 것은 아니고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그렇게 했다.
정말 나는 무책임한 아빠다.
아내가 시켜서 마지못해 하는 아빠라니 이 사실을 우리 딸이 알면 안되는데...
2013년 1월
회사에서 워크샵을 갔다가 복귀하는 길에 전화가 왔다.
아내는 왜 이렇게 안 기뻐하냐고 화를 냈다.
사실 조금 멍했다.
내가 아빠...?
준비없는 아빠에게 닥친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2018. 03. 17
L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