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育我)

아빠도...아빠가 처음이야

by 이준성공

#딸기와 삼각김밥


우리의 임신기간은 특별했다. (아니 괴로웠다.)


다른 사람들에게 입덧이란 아내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는 즐거움이거나 웃을 수 있는 기억이었겠지만

나는 아내가 토할 때 목넘김이 좋은 것을 찾기 바빴다.

아내는 그렇게 먹고 토하기 편한 음식을 먹었고

간혹 와이프가 너무 울고 힘들어 하는 날은 출근을 못했다.


나에게는 지켜봐야 하는 괴로움을

아내에게는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을 준 입덧

아내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입덧을 하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고

그 날도 휴대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심장이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내 : 여보 너무 토해서 기운이 없는데 딸기좀 사다줄래?
나 : 그래 여보, 나 오늘 야근이긴 한데 사볼께
아내 : 그래, 여보 오늘은 일찍 와줘 너무 힘들어
나 : 알았어 여보 ㅠ.ㅠ


퇴근하려고 보니 오후 11시다.


삼성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잠실역에서 8호선을 갈아타고

강동구청역에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과일가게는 커녕 마트도 모두 불이 꺼져있었다.

내가 이럴려고 회사 다녀야 하는 건가 라고 생각을 하며

강동구청역 맥도날드 맞은편에 있는 CU편의점에 들어갔다.

얼마 남지 않은 삼각김밥을 싹쓸이 하듯 쓸어 담고

무거운 발걸음은 어느새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 : 여보, 늦어서 미안해
아내 : 여보, 나 너무 괴로워
나 : (어찌할 줄 모르고) 여보 힘내 ㅠ.ㅠ
아내 : 너무 토했더니 기운이 한개도 없어…
나 : 여보 딸기가 없어서 딸기우유 사왔어
아내 : 고마워, 여보 ㅠ.ㅠ


(정말 다행히도) 예전에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아내가 입덧할 때 딸기 사오라고 했는데 없어서 빈손으로 갔더니

‘딸기가 없으면 딸기우유라도 사와야지 이 등신아’라고 아내가 말했다고


그렇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때로는 커다란 힘이 된다.


사랑하는 아내가 괴로워 할 수록 나의 괴로움도 커져만 갔다.

언제쯤 입덧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렇게 영원히 괴로움에 고통받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5월이 되었다.

매화동산에서 향긋한 봄내음과 탄천길에서

우리의 둘만의 행복한 태교를 시작했다.


2018. 03. 26

L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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