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유혹하는 글쓰기 - 1

스티븐 킹

by 이준성공
'작가의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자질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조금씩은 문필가나 소설가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 재능은 더욱 갈고 닦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 18P

독서를 하면서 나의 나쁜 버릇 중에 하나는 똑같은 책을 여러번 반복해서 읽지 않고 단 한번만 읽고 두번다시 펼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버릇이 적용되지 않은 유일한 책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유혹하는 글쓰기'이다.

작가의 자질을 타고나지 못한 탓에 뒤늦게 글쓰기에 미친 나 자신을 보면서 이게 과연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반문해 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기술은 '말'이고 나를 성공시킬 수 있는 기술은 오직 '글쓰기'라는 결론이었다.

말을 아무리 잘 하더라도 유튜브 스타가 되지 않는 한 청중은 한계가 있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것은 그 주제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유혹하는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게 된 사연은 지난 2008년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대중음악가 이적의 서재를 읽고

이적씨가 추천하는 책들을 살펴보다가 '카프카'와 '유혹하는 글쓰기' 두 권을 구매하게 되었다.

구매한 이후에 한 차례 완독하고 2010년 서재를 정리하다가 다시 한번 2013년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한번 그리고 지금 총 네 차례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는 4번째 읽어서 뻔히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쓰기는 항상 나를 유혹한다.


그가 구사하는 유머는 처음엔 깨닫지 못했다가 자세히 읽어보면 당황스러운 경우가 생긴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어느 날 어머니는 그녀가 보았던 죽음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다.
한 선원이 메인 주 포틀랜드의 그레이모어 호텔 옥상에서 뛰어내려 길바닥에 떨어졌다는 이야기였다.
"아주 박살이 나버렸지"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잠시 멈추었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시체에서 흘러나온 것은 녹색이었어. 난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단다."
저도 그래요, 어머니. -p25


글쓰기에 대한 흥미와 관심

스티븐킹이 소설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게 한 최초의 인물은 바로 어머니였다.

아들이 모방한 소설을 보고 감탄하고 놀라는 미소를 짓고 이내 배꼈다는 사실을 알고 이렇게 말했다.

"기왕이면 네 얘기를 써봐라. 스티브. 《컴뱃 케이시》만화책은 허섭쓰레기야. 주인공이 걸핏하면 남의 이빨이나 부러뜨리잖니. 너라면 훨씬 잘 쓸 수 있을 거다. 네 얘기를 만들어봐." -31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깨어있는 부모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문득 마일즈 데이비스의 "거기에 있는 거 하지 마. 거기에 없는 걸 연주해."라는 어록이 떠올랐다.

스티븐킹의 어머니는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자극했던 것이다.

그말을 들었을 때 그는 엄청난 '가능성'이 자신의 앞에 펼처진 듯 가슴이 벅찼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들이 만든 책을 읽고 웃어 주고 솔직한 피드백과 보상(네 편의 이야기와 편당 25센트)을 주었다.

이 구절을 읽고 문득 생각에 빠졌다.

그는 한국나이로 8살이고 글자를 읽기에도 어려운 나이에 네 쪽짜리 분량의 이야기를 썼고 그가 가진 재능에 불을 당긴 어머니의 행동에 감탄했다.

서양의 부모는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격려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배려하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에 말이다

나도 두 아이의 부모이지만 과연 아이의 재능을 올바르게 보고 그 재능을 키워줄 수 있도록 동기부여와 피드백 그리고 보상을 줄 수 있을까?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

아이디어에 관한 킹의 생각과 대가들(스티브 잡스라던가)의 생각은 비슷한 면이 많이 있다.

'아이디어의 창고'나 '소설의 보고'나 '베스트셀러가 묻힌 보물섬'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고

소설의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허공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소설가를 찾아오는 듯하다고 말한다.

전에는 아무 상관도 없던 두 가지 일이 합쳐지면서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여기서 나는 Apple社의 iPhone을 떠올렸다. 휴대폰 + 인터넷 + 아이팟 = iPhone)

그러므로 소설가가 해야 할 일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막상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한다.


거절과 실패에 대한 자세

킹은 《히치콕》에서 거절 쪽지를 받았을 때 웹코어 축음기 위쪽 벽에 못을 박고, 거절 쪽지에 <행복 교환권>이라고 써서 이 못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열네 살쯤(우리 나이로 따지면 중3)되었을 때 그 못이 꽂혀 있는 거절 쪽지들의 무게를 더욱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고 그는 못을 더 큰 것으로 바꾸고 글쓰기를 계속했다고 한다.

거절 쪽지의 메모도 스테이플러 대신 클립을 사용하라는 충고보다 좀더 용기를 주는 내용이었다고


나는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거절과 실패를 경험했을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벽에 박힌 못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거절을 이겨낼 수 있을까?

거절과 실패를 두려워했다면 8년이 넘도록 주기적으로 《히치콕》에 투고하지도 않았겠고 소설 쓰기를 중도에 포기하였을 것이다.


"무엇인가 잘하고 성장해 간다는 것은 거절을 두려워 하지 않고 거절 쪽지를 통해 자신이 부족한 점을 보충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다음 회에 계속


2016. 05. 23

Mr. Hy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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