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부터 100일까지
어린시절 결혼을 하게되면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아이를 둘 낳겠다고 막연하게만 바래왔는데
결혼을 하게되고 아내와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아이를 갖게 되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아니 상상할 수 없었기에 첫 째를 낳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던 나는 무모했다.
아기가 태어나고 우리의 삶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세상에 모든 초첨이 아이에게로 향해있었으며 우리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아빠로서 해야할 당연한 것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책을 읽어보아도 별로 와닿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육아에 참여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의 불만으로 시작된 아빠의 육아는 예상외로 많은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고 7시 30분 정도에 산책을 마치면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고
회사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다 보니 오후 6시 힘든 아내를 생각해서라도 일찍가고 싶은데 이런...
오늘도 술약속이 잡혀버렸다.

집에 도착해보니 아내는 울고 있고 아이도 울고 있고 나는 취해있고 정말 아니다 싶었다.

아침에는 산책 저녁에도 산책 주말에도 산책
아이와 나는 아기띠를 하고 한몸이 되어 분당에 있는 탄천길을 걷고 또 걸었다.
걷다 보니 행복해졌다. 아이의 미소를 보니 더 행복해진다.
아이의 귀여운 얼굴과 몸 그리고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모든 나쁜 것들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아빠로서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출산 후 1년 까지는 아내의 몸이 정상이 아니다.
3개월만에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나는 워킹맘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한 쪽 팔에 들고 얼굴과 머리 그리고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닦다보면 손끝에 행복이 느껴진다.
씻기 싫어서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도 왜이리 귀여운지 정말 사랑스럽다.
물에서 몸을 꺼낼 때 버둥거리는 것조차도...
자꾸 씻기면 팔꿈치로 재보지 않아도 손으로만 아이가 좋아하는 온도를 맞출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아이가 쑥쑥커서 부력이 커져서 가끔 물이 넘쳤다.

아이는 생후 2개월부터 아빠, 엄마를 알아보는 것 같다.
무릎 위에 아이를 올려 놓고 아이 눈을 바라바고 있으면 눈동자 속에 내 자신이 보인다.
내 앞에 있는 이 아이는 결국 나와 같은 분신같은 존재인 것이다.
나를 소중히 하는 만큼 우리 아이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눈을 맞추고 알아듣던지 알아듣지 못하던지 가네 열심히 말한다.
소중한 아이가 나의 눈을 마주치면서 시력을 강하게 하고 촛점을 맞추게 될 수 있으니까

신생아 때에는 시도 때도 없이 응가를 하는 바람에 기저귀를 자주 갈아줘야 한다.
기저귀는 역시 아빠의 몫
발진이 생기지 않도록 목화솜으로 된 휴지로 엉덩이를 살살 닦아준다.
이 귀여운 엉덩이를 맨날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너무 사랑스러운 엉덩이가 아닐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도 기지개를 켠다.
잘 자고 행복한 아이는 충분한 수면 후에 미소를 지으면서 쭉쭉이를 시도한다.
이 때 무릎을 굽혔다가 펴주면서 쭉쭉이를 시킨다.
이렇게 하면 키도 잘 크고 근육도 풀린다고 하니 매일 아침 열심히 살짝 살짝 쭉쭉이를 해준다.
이 포동포동한 다리가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이는 배가 고프거나 잠을 자고 싶거나 기저귀가 불편한 경우에만 운다.
울 때는 쭈쭈를 주거나 안아서 잠을 재우거나 기저귀를 갈아준다.
여기서 가장 힘든 것은 잠투정을 할 때다.
아이가 잠을 자고 싶을 때는 안아준다.
계속 안아준다.
팔이 떨어져도 계속 안아준다.
잠을 잔다.
아이를 이불에 잠시 내려 놓는다.
잠을 깬다.
계속 안아준다.
팔이 떨어져도 계속 안아준다.
밤을 샌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의 취향을 모르니까 동요위주로 불러준다.
그러나 가끔은 헤비메탈이나 락 발라드를 불러본다.
아내에게 혼난다.
다시 동요를 불러준다.

저녁이 있는 삶은 스스로 만들어야만 한다.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 하지 않으면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 찍힐 수 있으므로
최대한 오후 6시까지 업무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에서 윌스미스가 시간을 아끼려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고
손가락으로 전화를 끊는 것 같이 말이다...
(결국 그도 좋은 사람을 만나서 성공하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일찍 집에 와야 아이도 보고 아내도 보고 행복해 진다.
삶의라는 게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사는 것 아닌가?
야근에 철야에 집에오면 가족들은 자고 있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없다면 너무 불행하지 않는가?
아이가 가장 이쁘고 사랑스러운 시절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바로 지금 이 순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되고 나서 아내가 시키는 것만 하다보니 아내가 보았을 때는 엉성하고 부족한 것 투성이다.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심이다.
가장 좋은 아빠는 아이와 잘 놀아주는 아빠가 아닐까?
엄마는 아이와 놀아주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귀찮고 지겹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와 놀아주는 것만으로 우리 아이는 행복하다.
100일이 지나면 아이가 잠자는 시간이 줄어든다.
다음 번엔 100일의 기적을
2016. 05. 22
Mr. hy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