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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Feb 15. 2018

02  나 대신 눈이 내려줘서 고마웠다

- 합정 빈브라더스에서 나와 집 가는 길

02  나 대신 눈이 내려줘서 고마웠다

    /합정 빈브라더스에서 나와 집 가는 길





이렇게 펑펑 내리는 눈을 본 건 오랜만이었다.
이상하게 올해는 내리는 눈을 맞거나 본 적이 거의 없다. 
가볍게 날리던 첫눈을 상암에서 일 마치고 나오며 맞은 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은데. 



어스름한 저녁 시간, 고개를 들어 눈을 봤다. 
내려온다기보다 떨어진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늘 생각하는 건데 마치 빙수기계에서 나오는 굵직한 얼음입자들 같아.
이 결정들은 자유롭게 하늘에서 흩날리며 하나의 춤사위를 만들어낸다.
눈을 들여다본 이들은 안다.





그나저나 오늘 눈이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내려서.
생각들이 뒤엉켜 그 어느 것도 온전하지 않았던 나날들이던 참이었다.  편두통이 지속되던 날들.


눈. 구름 속 비가 얼어버린 것. 그래서 무거워져 떨어지는 것.
덕분에 내 정신머리도 한 차례 고비는 넘긴 듯 했다. 
위아래에서, 그리고 양 옆에서 나를 묵직하게 짓누르는 것들이 조금이나마 그 무게를 덜었다고 생각했다.
눈이 나 대신 내려준 걸 거야.





서점에서 에세이 세 권을 사들고 나오던 길이었다.
책을 구매한 건 기억이 안 날 정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어쩌면 나는 마음이 복잡해지고 힘들 때마다 서점을 찾게 되는 것일까?
집 앞에 서점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책이 담긴 봉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야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순간을 사랑해야지."


2018.1.30 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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