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하루를 보내더라도
11 매일 들뜨는 날이 되지 않기를
/단 하루를 보내더라도
매일 들뜨는 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365일 중 딱 깔끔하게 65일 정도만 둥둥 떠다녔으면 좋겠다.
65일이면 일 년에 열두 달이니까 한 달에 다섯 번꼴. 따져보니 이것도 많긴 하다.
대신 300일의 차분한 기운을 모아 빛나는 65일을 보내는 생각을 한다.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기억할 수밖에 없는 날들.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 띄엄띄엄 쓴 일기장을 다시 꺼내는 날들. 그날을 기록하기 위해 일기장을 (또) 새로 사게 만드는 날들. 그 날들은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쨍한 햇살 속 커피와 디저트를 앞에 두고, 혹은 공원 벤치에서 와하하 퍼지는 웃음소리처럼.
300일은 65일을 위한 희생이 아니다. 마치 기를 끌어모아 한방에 에네르기파를 쏘듯, 더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기 위한 기초 훈련 같은 거랄까.
그런데 내 일상을 돌아보니 아무래도 65일은 (1년의 6분의 1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날인 것 같다.
18-02-15, T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