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에 좋은 영양제 있나요? 지인에게 선물할 거예요
생리유도주사를 맞은 지 열흘째 되었지만 생리를 하지 않는다.
병원에 다시 가야 한다.
내게 뭔가 이전과는 다른 처방을 내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이곳은 나의 마지막 출산을 함께 했던 병원. 11년 전, 나는 병원에서 막내를 낳았다.
그때의 나처럼 임신한 사람들이 대부분 내원했고, 가끔 양수가 터져서 응급으로 오는 산모들도 만날 수 있었다.
'십 년 전, 나도 이 자리에서 '출산'을 기다리던 산모였지.아, 나도 저렇게 젊었었구나.'
누가 알았을까? 십 년 후 폐경 진단을 받고 이 자리에 앉아 일을 줄이야.
막달을 앞두고 외모나 매무새를 신경 쓸 여력이 없는 피곤한 산모들도 저렇게 예뻐 보일 일일까 싶어서 잠깐은 웃음이 났다.
나 자신을 물리적으로 인정한다는 게 참 힘들다.
내 신체가 늙어간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마음은 늙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은 늙지 않고 그대로라는 사실.
참 비극이지.
난소 기능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생리유도주사가 소위 '먹히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의사는 다시 내게 물었다.
불편한 증상이 발현되고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가끔 심리적으로 예민한 것 같지만, 이것 때문에 약물치료가 필요한지 나 스스로 판단하기 힘들었다.
약물치료까지 하면 내가 정말 '병'에 걸린 환자가 되어버릴 것 같은 부담감도 있었다.
의사는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본 후, 불편한 증상이 생기면 다시 내원하라고 했다.
별다른 처방도 받지 못하고 병원을 나서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젠 더 방법이 없다니, 나 어쩌면 좋지. 마음을 다잡았지만, 자꾸만... 자꾸만 흘러나와버렸다.
죽을병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마음이 나약해지는 걸까.
이런 나 자신이 생경하고 조금은 싫어지려 한다.
남편 때문에 힘을 내야 한다.
사랑하는 내 남편...
진료 결과를 공유한 후 남편에게서 카톡이 도착했다.
남편 카톡을 본 후, 병원 모퉁이에 숨어서 또 그렇게 한참 울었다.
빨리 이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린 후, 모처럼 화창한 하늘이다. 지금 이 마음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뜨거운 햇살을 마주 보고 터벅터벅 한참을 걸었다.
걷다가, 약국이 눈에 들어왔다.
폐경과 갱년기에 좋은 영양제 있나요? 저 말고 지인에게 선물할 거예요. 가장 좋은 걸로 주세요.
아직은 차마 내 상태를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