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4개월 차의 기록
일상 속에서 사랑했던 사람이 사라진 지 4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몇몇의 동료들과 이별을 했고, 나도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앞날에 대한 고민 때문에 잠 못 이룬 밤들도 있었다. 지독한 독감에 걸려 침대에서만 며칠을 보내기도 했다. 어떤 날엔 너무 힘들어 혼자서 울기도 했다. 모든 것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린 이 일상에서 가끔은 무력하기도 했다.
눈앞에 놓인 삶의 무게는 이별을 금세 잊게 했다. 내 앞의 모든 것들을 헤쳐나갈 때 슬픈 기억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끔 왜 헤어졌냐는 사람들의 말에, 한 두 가지의 사건을 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어떤 친구 앞에서는 엉엉 울기도 했고, 어떤 친구에게는 큰 위로를 받기도 했다. 잘 헤어졌다고 이야기했고, 잘 헤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잘 헤어진다는 게 어디 있겠냐 마는. 나는 아마 이 계기가 아니었다면 그와 이별하지 않았을 수 있는데, 잘 헤어지게 되었다. 나는 나답게 살아야 하는데 그에게 맞추려 했던 조각들이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애써 나를 그 틀에 맞추려고 했구나. 생각하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를 바꾸는 일은 즐거운 일이지만, 그게 편한 건 아니었구나. 알게 되었다.
돌아보면 나는 그 사람에게 기대고 싶었고, 그는 나에게 기대고 싶었다. 여유가 없는 서로가 만나 기댈 수 있도록 여유를 주지 못했다. 오늘 우연히 들은 노래에, 아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이런 것이었구나. 생각하며 오랜만에 다시 그를 떠올렸다. 내가 누군가를 가장 필요로 했던 때에, 그 사람과 나는 이별을 했고, 나는 나에게 수백 번이고 괜찮다고 나를 달래며 지난 몇 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정말 나는 괜찮아졌다. 지금 모습을 그가 꼭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잘 지내왔고, 또 앞으로도 잘 지낼 것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또 단단해진 나는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서 만들어 낸 내 모습이다.
어느 한쪽의 문제였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내가 마지막에 그에게 했던 말은 진심이었다. 그도 나도 딱 그만큼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함께할 수 없었으니까. 이제 이별 플레이리스트는 없다. 내 삶에서 큰 흔적을 남기고 간 그 사람을 이제는 내 일상에서 덜 떠올리게 되었다. 이제 내 이야기가 담긴 플레이리스트만 만들어가면 된다.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최유리 - 밤, 바다
우린 고요한 밤바다를 좋아했지
소란한 맘을 감춰줬으니
낮게 부서지는 잔잔한 노래에
가끔 한숨을 잊기도 했지
내게 불어온 바람은 퍽 차가웠지
이미 많은 걸 놓쳐 버렸지
지친 나무 틈에 몸을 숨기기엔
너무 커버린 내가 미웠지
문득 돌아보면 그날에 네 마음이
내겐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가끔은 넘어질 거야
오늘은 괜찮을 거야
흐트러진 마음을 쏟아내도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넌 말없이 그냥 울어도 돼
흐린 맘이 남지 않게
내가 너의 바다가 되어줄게
나도 몰랐었던 그날의 내 마음에
너는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가끔은 넘어질 거야
오늘은 괜찮을 거야
흐트러진 마음을 쏟아내도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넌 말없이 그냥 울어도 돼
흐린 맘이 남지 않게
내가 너의 바다가 되어줄게
조금 늦어져도 괜찮아
쉬어가도 좋아
내가 너를 사랑할게
다시 아침이 오면
조금은 괜찮을 거야
하루만큼 우리가 어른이 됐으니까
내가 옆에 있을게
넌 말없이 내게 기대도 돼
지친 맘이 닿는 곳에
내가 너의 그 밤이 되어줄게
고마웠어 내 어린 밤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