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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Oct 02. 2023

잘 지내자, 우리

이별 15일 차의 기록

오늘은 우리가 만난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아직 만나고 있었다면 말이다. 약간 쌀쌀하던 그날에 우리는 두려움보다는 설렘을 안고 서로의 연인이 되기로 했다.


우리가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로 했던 그때 나는 다짐을 했었다. 이 사람에게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로. 나는 늘 연애를 했지만 미래를 함께할 생각은 잘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너무 가까운 사이라고 느껴지면 일부러 거리를 뒀다. 내 마음을 다 보여주지도, 너무 가까워지지도 않는 그런 관계가 나에게는 편했다. 상대는 항상 그런 나에게 결핍을 느끼다가 떠나가거나 내가 먼저 관계를 끝냈다. 이런 관계를 여러 번 보내고 나서야 내가 갖고 있는 성향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상대를 힘들게 하는지도 깨달았다.


이 사람에만은 다르게 하고 싶었다. 이 사람에 대한 마음이 큰 것도 있었고, 이런 내 습성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언제고 내 마음을 다 보여주며,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의 최선을 다 했다. 돌려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조차 내가 더 많은 마음을 주고 이해하면 괜찮지 않을까 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번 연애는 나의 최선이 그 사람에게는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줬다.


나는 그를 이해하려 했고, 그는 내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그는 누군가에게 걱정과 염려를 하면서, 잔소리를 하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헤어지는 날에도 운전은 꼭 모르는 사람에게 배우라든가, 그만 울라든가 하는 그런 말들을 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는데, 그가 그렇게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건 나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라고.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들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사실 나도 잘 알았다. 그게 그 사람의 방식일 뿐이라는 걸.


문제는 내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사랑하면 이해하려 하고 칭찬하려 한다. 많이 안아주고 이해해 주고 받아주려 한다. 그게 잘못된 것일지라도. 내가 누군가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그래서 나는 나를 바꾸려는 그 사람의 행동이 사랑이라고 느끼지 못했다.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그래?"


결국 나는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 사람에게만은 거리를 두지 말아야지, 내 마음을 다 말해야지, 최선을 다해야지 했던 다짐들도 옅어지며 우리는 결국 이별을 맞았다. 이해하려는 마음은 그 사람의 날 선 말들에 작아지고,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마음들이 뒷걸음질 쳤다. 내 마음이 조금 더 크고 내가 덜 예민한 사람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다치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보며 그를 싫어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년 전의 내 다짐처럼 최선을 다 한 이번 연애는 그전보다 후회가 덜하다. 후회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고 약간의 후회와 그보다 더 큰 미련이 남았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이 미련들로 힘이 들 것이다. 몇 날을 더 울고 더 아파해야 이 연애가 온전히 끝날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또 이번 연애로 무언가가 나에게 남을 것이다. 그때까지, 잘 지내봐야지.




이별 플레이리스트

최유리 - 잘 지내자, 우리


마음을 다 보여줬던 너와는 다르게

지난 사랑에 겁을 잔뜩 먹은 나는

뒷걸음질만 쳤다

너는 다가오려 했지만

분명 언젠가 떠나갈 것이라 생각해

도망치기만 했다

같이 구름 걸터앉은 나무 바라보며

잔디밭에 누워 한쪽 귀로만 듣던 달콤한 노래들이

쓰디쓴 아픔이 되어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아

분명 언젠가 다시 스칠 날 있겠지만

모른 척 지나가겠지

최선을 다한 넌 받아들이겠지만

서툴렀던 나는 아직도 기적을 꿈꾼다

눈 마주치며 그땐 미안했었다고

용서해달라고 얘기하는 날

그때까지 잘 지내자 우리

지금 생각해보면 그까짓 두려움

내가 바보 같았지 하며

솔직해질 자신 있으니

돌아오기만 하면 좋겠다

분명 언젠가 다시 스칠 날 있겠지만

모른 척 지나가겠지

최선을 다한 넌 받아들이겠지만

서툴렀던 나는 아직도 기적을 꿈꾼다

눈 마주치며 그땐 미안했었다고

용서해달라고 얘기하는 날

그때까지 잘 지내자 우리, 우리

눈 마주치며 그땐 미안했다고

용서해달라고 이야기하는 날

그때까지

잘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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