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2주 차를 보내요.
누군가가 사라진 일상은 그 자리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들어온 자리는 티가 나지 않아도 난 자리는 안다고, 그 사람이 떠난 자리가 가득해 내 일상은 빈 곳이 너무 많아졌다. 나는 꼭 그 일상을 채워야 하는 사람처럼 열심히 빈자리를 채운다. 한 동안 읽지 않던 책을 잔뜩 사고, 새로운 운동도 등록해 본다.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는 나를 달래줄 시간들을 만들어 둔다. 그 사람과의 시간으로 채웠던 일상을 이제 다른 것들로 채워보려 노력해 본다.
늘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달래주던 동네 하천을 걷는 건 이제 매일의 일상이 되었다. 밤마다 나가 달리기를 해보고, 오늘은 하루가 지나 약간은 홀쭉해진 달에 소원을 빌어 봤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나는 오늘도 너의 행복을 빌었다. 오늘은 내 행복도 빌었다. 이제 너의 행복과 내 행복이 함께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각자의 몫만큼의 행복을 달라고 빌어야 한다. 그리고 너는 이 달을 봤을까 잠시 생각도 해 본다. 너에게는 그때의 시간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유난히 오늘은 그를 이해해보고 싶은 날이다. 어느 한쪽의 잘못만으로 이별이 발생하지는 않으니까. 그와 나는 어쩌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내가 그의 확신을 느끼지 못했던 것만큼 그도 나에게서 확신을 받지 못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확신에 대한 결핍을 표현하는 방식도,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너무도 달랐다.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평행선을 걷다 헤어졌다. 나는 내가 이해하려 노력하면, 계속 이걸 이해한다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 관계를 소중하지 않게 생각한 사람은 없었는데 소중하게 여기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를 너무도 잘 알고,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어느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마주치는 모습을, 내 앞에 서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여전히 눈물이 앞선다. 그 사람 앞에서는 언제고 감정이 앞섰으니까. 늘 이성적인 그 사람과는 다르게. 그래도 이 상상이 실현되지 않을 것은 잘 안다. 끊임없는 가정법은 내 마음을 힘들게 할 뿐인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를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다 보면 이 가정법이 끝나는 날이 올까.
이별 플레이리스트
비비 - 우리가 헤어져야 했던 이유
Maybe If I
Woke up in the morning
Hearing your voice
Maybe If I was with you
어쩌면 우리 어려웠던 날들
함께 보냈었다면
혹시 우린 어땠을까
The distance between you and me
It never seems to disappear
얼어붙은 나의 말들과 너
만약에 우리 우연히
다시 또 만난다면
만약에 내가 널 위해
조금 달라진다면
우리가 헤어져야만 했던 이유도
I would try try try
안아줄 수 있을까
조금은 다른
기억의 조각들
하지만 꼭 닮은
그리움의 마음들은
Only if you
If you come
The distance between you and me
It never seems to disappear
멈춰버린 우리 추억과 너
만약에 우리 우연히
다시 또 만난다면
만약에 내가 널 위해
조금 달라진다면
우리가 헤어져야만 했던 이유도
I would try try try
안아줄 수 있을까
눈을 뜨면 혹시 니가 서 있을까
어느 날 상상도 했어
한 번도 내게 해주지 않았던 말
그저 너니까 좋은 거라고 oh
Tell me whenever
I'll be wherever you are
Only if you c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