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7일 차를 보내다
이별한 지 일주일이 된 오늘. 이제 매일 아침 혹은 매일 밤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 시간들이 시작되었다. 일상의 나는 이별보다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회사는 정신없이 돌아가고,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가득한 내 작은 집은 내가 조금만 정신을 놓아도 어지러워진다. 슬픔을 끌어안고 느낄 수 있는 시간조차 없는 것에 나는 즐거워야 하는지 슬퍼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 일상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는 게 맞나. 나는 이렇게 정신없이 내 앞가림만 하고 있는 이 시간들이 맞나.
내 감정을 돌아볼 시간은 없는데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 사람을 떠올린다. 가족들과 배부르고 따뜻한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의 밤공기가 우리가 처음 사랑했던 그 계절의 밤공기와 너무 비슷해서 갑자기 또 눈물이 났다. 길거리에 주저앉아 울만큼의 눈물은 이제 나지 않는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눈물은 막을 길이 없다. 오늘 너는 이 밤공기를 느꼈을까. 이 시간 어디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생각도 해 본다. 아마 우리가 함께 있었다면 나는 밤공기가 좋다고 조금만 더 있다 들어가자고 했을 터다.
누군가가 가득 들어찼다가 사라진 이 자리는 언제쯤 무뎌지는 걸까. 책을 읽어도 노래를 들어도 밥을 먹어도 어디에나 있는 그 사람 때문에 일상이 어지럽다. 어디에선가 이별을 한 직후에는 큰 결정들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매일매일 내 앞길에 필요한 큰 결정들을 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금의 불안정한 감정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채도 잘 모른 채 나는 열심히 결정을 하고 열심히 앞이라고 생각하는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 동안 나는 그 사람과 함께하는 미래만 그려왔는데. 지금의 나는 나 혼자만 온전히 생각하는 미래를 그린다. 자꾸 무언가를 내 인생에 채우려 하고 그 사람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
돌이켜보면 나는 가끔 나보다 그를 더 사랑했다. 내 삶에서의 중심을 놓치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치면서도 그 사람에게만 자꾸 무게중심을 옮겨두었다. 내가 기댔던 만큼 나에게 더 사랑을 주기를 바랐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아껴왔던 것들이 사랑 앞에서는 모두 무기력했다. 나는 나를 내려놓으면서도 이 사랑을 지키고 싶었다. 그렇다고 사랑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연약해진 나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존재가 되어있었다. 그 사람의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나를 내려놓은 대가는 그렇게 돌아왔다. 내가 조금 더 단단했다면 우리 관계는 괜찮았을까.
이별 1주일 차, 눈물이 조금 말랐는데, 내 마음은 더 어지러워졌다.
이별 1주일 차 플레이리스트
권진아 - 운이 좋았지
나는 운이 좋았지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어려운 이별을 한다는데
나는 운이 좋았지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던 사랑을 했으니까
나는 운이 좋았지
서서히 식어간 기억도
내게는 없으니
나는 운이 좋았지
한없이 사랑한 날도
우리에겐 없던 것 같으니
나는 운이 좋았지
스친 인연 모두
내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줬으니
후회는 하지 않아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니까
참 많이도 아팠지
혼자서 울음을 삼킨 날도 정말 많았지
이젠 웃어 보일게
긴 터널이 다 지나가고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됐으니
아주 자잘한 후회나 여운도
내게 남겨 주지 않았으니
나는 운이 좋았지
내 삶에서 나보다도
사랑한 사람이 있었으니
내게 불었던 바람들 중에
너는 가장 큰 폭풍이었기에
그 많던 비바람과
다가올 눈보라도
이제는 봄바람이 됐으니
나는 운이 좋았지
나는 운이 좋았지
나는 운이 좋았지
넌 내게 전부였지
나는 운이 좋았지
내 삶에서 나보다도
사랑한 사람이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