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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Sep 21. 2023

너는 내 세상이었어

이별 3일차의 기록

아침에 눈을 뜨면 고요하고 조용한 건 내 집만이 아니다. 이미 출근했을 네가 보냈을 메시지가 없는 카톡도, 누군가가 곁에 없는 내 마음도 고요하다. 나는 한참을 천장을 바라보다 겨우 일어나본다.


잠이 유독 많아 남들보다 일찍 잠에 들어야만하는 내가 새벽 5시에 절로 눈을 떴다. 누군가가 사라진 빈자리는 이렇게 일상을 바꿔놓을 수 밖에 없다. 조용하고 고요한 내 방이 오늘따라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정말 기분 탓인걸까.


출근길의 노래는 오늘도 나를 눈물짓게 한다. 너는 언제쯤부터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내 생일카드에 사랑한다는 말을 쓰지 않았을 때부터일까.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게되었을 때였을까. 아니면 그 전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나는 가끔 우리의 관계에 무기력함을 느꼈다. 내가 네게 여러 번 얘기하고, 또 울면서도 얘기했던 고쳐줬으면 하는 부분을 나와의 대화에서가 아니라 너의 친구들의 피드백에서 깨닫게 됐을 때. 나와 떨어져있던 네가 지역을 옮기고 싶었던 이유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걸 알았을 때.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이동까지 고려했었던 내가 불쌍하게 느껴졌을 때. 너의 미래에 내가 없었을 때... 도대체 언제부텨였을까.


너는 내 세상이었는데, 너에게 나는 세상의 한 부분일 뿐이었단 걸 다시 새겨보는 3일차. 아무렇지 않게 출근을 하고, 주말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노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애써 웃어보인다. 모니터 속의 어떤 것도 들어오지 않는데 나는 일을 하고, 또 회의를 한다. 애써 웃어보이고 애써 괜찮다고 하는 내가 가장 괜찮지 않다. 이어폰에 흘러나오는 노래에 눈물이 갑자기 고이다가도 동료를 보고 눈물을 삼켜본다. 내 일상은 언제쯤 괜찮아질까.




이별 3일차의 플레이리스트

볼빨간 사춘기 - 너는 내 세상이었어


오늘만 같이 있게 해 줘
마지막이란 게 누구보다 싫은 걸 알잖아
한 번만 나를 꼭 안아줘
그러면 너도 다시 따뜻해 질까
네 계절을 다 사랑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우리가 그려온 시간들은 내겐 전부였어
너는 내 세상이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세상이 무너지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사라져가는 걸 보면서
나는 한참을 울고 있었던 것만 같아
참 오래도 널 만나 왔는데
우리의 시간은 언제부터 멈춰져있는지
사랑한단 그 흔한 말조차도
아직도 너에겐 어려운 일일까
네 계절을 다 사랑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우리가 그려온 시간들은 내겐 전부였어
너는 내 세상이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세상이 무너지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사라져가는 걸 보면서
나는 한참을 울고 있었던 것만 같아
아름답던 밤 하늘이 내게 웃어 주었던 네 눈빛이
회색빛으로 칠해져 눈앞이 자꾸 흐려져
뒤돌아 걸어가는 그 길에 아득했던 우리 추억이
한순간 사라져 다 흩어져
너는 내 세상이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세상이 무너지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사라져가는 걸 보면서
나는 한참을 울고 있었던 것만 같아
널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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