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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Sep 17. 2023

지나가요

이별 1일 차를 보내고 있어요.

우리가 만난 건 2년 전쯤 이맘 때였다. 보름달이 환하게 뜨던 그 추석 날에 처음이라고 하기엔 아주 오랜만에 만난 우리 둘의 시간이 시작됐다.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고, 가끔은 내 마음이 흘러 넘쳐서 너무도 무섭고 두려운 마음들이 더해져갔다. 누군가를 이렇게 더 사랑할 수 있을까? 나만큼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게 아닐까? 이 사람은 내 마음만큼 나를 사랑해주는 게 맞나? 한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시간들이 결국엔 끝을 맺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 중에 1년은 사랑을 했고, 1년은 아깝다고 한 그 사람의 말에 마음이 아파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1년 간 내 마음을 내려놓고 또 기다리며 준비했던 이별인데도 이 이별이 쉽사리 다가오지 않는 건 어쩌면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에 대한 후회이지 않을까. 한없이 곱씹으며 집으로 돌아와 또 한참을 울었다.


우리가 더 서로에게 솔직했으면 어땠을까. 우리가 떨어져있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우리가 더 먼저 이런 이야기를 했으면 어땠을까. 한없이 후회해도 어떤 가정법도 이별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그저 지나가는 이 순간을 잠시 잡아둘 뿐. 집에 돌아와 그 사람에게 구구절절 내 마음을 보내봤다. 어떤 마음일지 감히 가늠하지 못하는 그 마음이 내 마음을 어떻게 받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이 사랑이 지나감을 또 받아들여 본다.


잘 지내라고. 행복하라고. 그리고 늘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차마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말은 하지 못하는 내 마음을 그 사람은 알았을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너무 반짝이고 푸르렀다고, 너무 고맙다는 말을 삼키며 내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 사람은 알았을까. 너무 사랑했고, 그래서 서툴렀고, 가끔은 내 마음을 뭉텅뭉텅 내놓으며 마음을 내려놨던 관계가 끝났다. 이 시간이 언젠가는 지나가겠지. 이 시간을 언젠가는 또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오겠지. 하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 이별의 첫째 날. 






스무살, 최유리 / 지나가요


사랑이 지나가요

결국엔 우리 둘도

이렇게 흘러가네요

잘 지내란 말

이따위 말만

해줄 수밖에 없나 봐요

언제였을까 나 그대를

사랑하게 된 날이

그 처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큼 멀어진 걸까요

혼자인 내가 둘이 되어서

행복한 꿈을 나눴었고

그렇게 꿈이 커져 갈수록

바라는 게 많아졌나 봐요

사랑이 지나가요

결국엔 우리 둘도

이렇게 흘러가네요

잘 지내란 말

이따위 말만

해줄 수밖에 없나 봐요

함께한 장면들 그때를

세어보다 넘쳐요

그 순간의 너와 함께한 나는

과분하게 행복했어요

사랑이 지나 편함이 되어

서로를 내버려 두었죠

그렇게 우린 지쳐가다가

바라는 게 없어졌나 봐요

사랑이 지나가요

결국엔 우리 둘도

이렇게 흘러가네요

잘 지내란 말

이따위 말만

해줄 수밖에 없나 봐요

추억이 지나가요

우리가 지나가요

기억이 지나가요

사랑이 이렇게 지나가요

너무 사랑했던

푸르던 나의 그대

그동안 고마웠어요

그대였기에

걸어온 날이

한 편의 영화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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