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2일 차의 기록
어제 나는 하나의 세상이 끝났는데, 오늘은 또 아무렇지 않게 나의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이별은 이렇게나 무정하고 또 무섭다. 그 사람이 들어와 행복해졌던 일상이, 이제는 그 사람이 사라져서 메말라간다. 집의 모든 구석에, 책 사이에, 핸드폰 사진 첩에, SNS에, 지나는 거리거리마다 그 사람의 흔적이 있는데 그 사람만 없어진 하루를 보낸다.
예상했던 이별도 쉽지는 않다. 아침에 눈을 떠 한바탕 눈물을 잔뜩 흘린다. 어제 내가 못했던 말, 오늘쯤 생각나는 더 해주고 싶었던 말, 후회되는 내 지난날, 더 잘해주지 못해서 오는 후회들이 밀려온다. 거울 속의 나는 잔뜩 눈이 부은 채로 애써 웃어보는데 자꾸 눈물이 고였다. 하늘은 왜 이렇게도 파랗고, 날씨는 왜 이렇게도 좋아졌는지. 우리가 사귀기 시작했던 그 맘때처럼 아름답기만 한 날씨에 괜히 심술이 나기도 한다.
친구의 결혼식에 가서 한참 눈물을 참았다. 어쩌면 너와 나의 모습이었을 수도 있는 순간들이 지나간다. 우리의 결말이 이런 모습이길 바랐던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너는 알까. 내가 어떤 미래까지 상상했었는지 너는 알고 있을까. 유난히 행복하고 웃음이 가득했던 결혼식에서 나도 애써 웃어보았지만, 참 쉽지가 않다. 축가 한 소절에도 눈물이 핑 돌아버려 혼이 났다. 지금 나는 감정이 고장 난 사람이다.
결혼식은 잘 버텼지만, 친구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장소를 가리지 않는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나를 쓰다듬어주고 달래주는 친구의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고마워서 마음 놓고 엉엉 울게 되었다. 이렇게 또 지나가겠지, 더 좋은 일이 있겠지, 더 좋은 사람이 오겠지. 하는 말들의 의미를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는 이 아픔이 아무렇지 않을 법도 한데. 언제나 새로운 경험처럼 나를 아프게 한다. 언제쯤에야 내 마음이 다 마르게 될까. 언제쯤에야 이 미련과 후회와 가슴 아픈 순간들이 사라지게 될까. 감히 욕심을 내본다.
내가 받았던 상처를 털어놓으면 조금 나아질까. 그 사람이 했던 아픈 말들을 괜히 꺼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어떻게 한 사람의 잘못이냐며 그 사람을 다시 대변해보기도 한다. 이별은 이렇게 나를 이리저리 흔든다. 잘 헤어졌지 하면서도 정말 잘한 결정이 맞을까 속으로 물어본다.
집으로 돌아와 불 꺼진 방 안에서 한참을 소리 내어 울었다. 이 방에서 그와 나눴던 시간들이 지나간다. 이렇게 어둡고 고요한 방이 아니었는데. 무섭고 두려워 불을 켜면 또 그가 준 흔적들이 남아있다. 내가 눈을 감아도 떠도 그는 어디에나 있다. 나는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다. 이별했는데, 그 사람이 없는 일상인데 그 사람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낸다.
아무리 해봐도, 몇 번을 반복해도 나는 이별을 사랑할 수 없다. 이 순간이 지나고 내가 괜찮아질 것을 알고 있어도 내 마음이 다 할 때까지 슬퍼하고 눈물 흘릴 수밖에 없다. 이 마음이 다 마르긴 하는 걸까? 그렇게 오래 동안 가득 내 마음을 채워온 사랑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을까? 아직 나는 그 어느 것에도 자신이 없다. 마치 처음 이별한 사람처럼.
이별 2일 차 플레이리스트
악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일부러 몇 발자국 물러나
내가 없이 혼자 걷는 널 바라본다
옆자리 허전한 너의 풍경
흑백 거리 가운데 넌 뒤돌아본다
그때 알게 되었어
난 널 떠날 수 없단 걸
우리 사이에 그 어떤 힘든 일도
이별보단 버틸 수 있는 것들이었죠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포기하고
찢어질 것같이 아파할 수 없어 난
두세 번 더 길을 돌아갈까
적막 짙은 도로 위에 걸음을 포갠다
아무 말 없는 대화 나누며
주마등이 길을 비춘 먼 곳을 본다
그때 알게 되었어
난 더 갈 수 없단 걸
한 발 한 발 이별에 가까워질수록
너와 맞잡은 손이 사라지는 것 같죠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포기하고
찢어질 것같이 아파할 수 없어 난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