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12일 차가 지나가요
사실 이번 주는 놀랍게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길을 가다 불쑥불쑥 눈물이 비집고 나오는 일도, 네가 생각나는 일도 없었다. 하루하루 살아갈 일들이 바빠서였을까. 나는 네 생각보다는 내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 앞에 놓인 일들과 내 앞길에 대한 걱정이 당장의 감정보다 앞섰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현실 앞에서 이렇게 가볍게 흩어지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다.
휴일이 시작된 오늘, 집에서 드라마를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슬픈 장면이 아니라 두 주인공이 가장 행복했을 때의 장면이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행복이 부러워서였는지 어째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쏟아져 나온 감정이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일상에 꾹 눌러놨던 마음이 갑자기 올라와서였을까. 나는 집 앞 하천을 걷다가 또 울고 말았다.
오늘따라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달이 밝았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시기를 나는 이제 혼자서 보내고 있고, 네가 없어진 이 자리를 나는 어찌어찌 견디고 있는데 여전히 내 마음은 힘들다. 괜찮다고 웃어 보이고, 잘 헤어진 것이라고 말해도 나는 달을 보면, 슬픈 노래를 들으면, 재밌는 일이 생기면, 너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갑자기 눈물짓게 하는 슬픈 기억들이 지나가도 여전히 이 마음을 가눌 수가 없어 힘이 든다.
헤어지던 그날에도 감정 없이 울지 말라던 너의 말들이 아직도 떠오르는데, 나는 언제야 너를 보낼 수 있을까.
내가 어떤 맘으로 너를 만났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을 얼마큼이나 내려놓으려고 했는지. 내가 어떤 마음으로 네 곁으로 가려고 했었는지. 돌아오지 않은 마음에 내 마음을 이 만큼씩 내려놓으며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관계를 유지했는지. 시간이 지나 같은 마음을 줄 만큼의 사람을 만나면 너는 알게 될까. 오늘 본 드라마에서의 연인을 보며 울었던 이유는 아마 그런 것이었을 거야. 서로가 서로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비슷한 마음이 보여서. 네 말대로 언젠가 나도 나 같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게 될까? 너무 알고 싶은 밤이야.
이별 플레이리스트
아이유 - 이런 엔딩
안녕 오랜만이야
물음표 없이 참 너다운 목소리
정해진 규칙처럼
추운 문가에 늘 똑같은 네 자리
제대로 잘 먹어 다 지나가니까
예전처럼 잠도 잘 자게 될 거야
진심으로 빌게
너는 더 행복할 자격이 있어
그런 말은 하지 마 제발
그 말이 더 아픈 거 알잖아
사랑해줄 거라며 다 뭐야
어떤 맘을 준 건지 너는 모를 거야
외로웠던 만큼
너를 너보다 사랑해줄 사람
꼭 만났으면 해
내가 아니라서 미안해
주는 게 쉽지가 않아
그런 말은 하지 마 제발
그 말이 더 아픈 거 알잖아
사랑해줄 거라며 다 뭐야
어떤 맘을 준 건지 끝내 모를.
솔직히 말해줄래 제발
너라면 다 믿는 거 알잖아
네 말대로 언젠가 나도
나 같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