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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Sep 29. 2023

이런 엔딩

이별 12일 차가 지나가요

사실 이번 주는 놀랍게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길을 가다 불쑥불쑥 눈물이 비집고 나오는 일도, 네가 생각나는 일도 없었다. 하루하루 살아갈 일들이 바빠서였을까. 나는 네 생각보다는 내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 앞에 놓인 일들과 내 앞길에 대한 걱정이 당장의 감정보다 앞섰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현실 앞에서 이렇게 가볍게 흩어지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다.


휴일이 시작된 오늘, 집에서 드라마를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슬픈 장면이 아니라 두 주인공이 가장 행복했을 때의 장면이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행복이 부러워서였는지 어째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쏟아져 나온 감정이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일상에 꾹 눌러놨던 마음이 갑자기 올라와서였을까. 나는 집 앞 하천을 걷다가 또 울고 말았다.


오늘따라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달이 밝았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시기를 나는 이제 혼자서 보내고 있고, 네가 없어진 이 자리를 나는 어찌어찌 견디고 있는데 여전히 내 마음은 힘들다. 괜찮다고 웃어 보이고, 잘 헤어진 것이라고 말해도 나는 달을 보면, 슬픈 노래를 들으면, 재밌는 일이 생기면, 너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갑자기 눈물짓게 하는 슬픈 기억들이 지나가도 여전히 이 마음을 가눌 수가 없어 힘이 든다.


헤어지던 그날에도 감정 없이 울지 말라던 너의 말들이 아직도 떠오르는데, 나는 언제야 너를 보낼 수 있을까.


내가 어떤 맘으로 너를 만났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을 얼마큼이나 내려놓으려고 했는지. 내가 어떤 마음으로 네 곁으로 가려고 했었는지. 돌아오지 않은 마음에 내 마음을 이 만큼씩 내려놓으며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관계를 유지했는지. 시간이 지나 같은 마음을 줄 만큼의 사람을 만나면 너는 알게 될까. 오늘 본 드라마에서의 연인을 보며 울었던 이유는 아마 그런 것이었을 거야. 서로가 서로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비슷한 마음이 보여서. 네 말대로 언젠가 나도 나 같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게 될까? 너무 알고 싶은 밤이야.




이별 플레이리스트

아이유 - 이런 엔딩


안녕 오랜만이야

물음표 없이 참 너다운 목소리

정해진 규칙처럼

추운 문가에 늘 똑같은 네 자리

제대로 잘 먹어 다 지나가니까

예전처럼 잠도 잘 자게 될 거야

진심으로 빌게

너는 더 행복할 자격이 있어

그런 말은 하지 마 제발

그 말이 더 아픈 거 알잖아

사랑해줄 거라며 다 뭐야

어떤 맘을 준 건지 너는 모를 거야

외로웠던 만큼

너를 너보다 사랑해줄 사람

꼭 만났으면 해

내가 아니라서 미안해

주는 게 쉽지가 않아

그런 말은 하지 마 제발

그 말이 더 아픈 거 알잖아

사랑해줄 거라며 다 뭐야

어떤 맘을 준 건지 끝내 모를.

솔직히 말해줄래 제발

너라면 다 믿는 거 알잖아

네 말대로 언젠가 나도

나 같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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