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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Mar 30. 2024

나만의 역사를 쓰다 4 - 링크드인

저는 호주에 5년째 살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입니다. 본 글은 1인기업가로의 저의 출발이자 저의 브랜드 '더미그나'의 창조과정을 리얼하게 공개하는 글이므로 1편부터 읽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글을 쓰려고 노트북에 앉았다. 하루 만에 새로운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어제는 아이들의 부활절 방학이라 하루종일 집중해서 작업도 할 수 없을뿐더러 집청소도 해야 했기에, 딱히 쓸 이야기도 없었다.


' 그럼.. 글감을 만들지 모.


도메인을 신청했으니, 그다음 과정은 뭐여야 할까. 홈페이지는 이미 있지만, 좀 더 체계적으로 제작을 해야 하고, 그럼, 내 프로필이 확실해졌으니 광고를 한번 해볼까?'


인스타는 조만간 오픈하려고 준비 중이니까 인스타는 패스.




갑자기 생각난 것이 링크드인(Linkedin)이다. 이미 계정은 있지만, 이름, 사진 그리고 대학원을 기입한 것 외에는 텅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대학원 튜터들의 화려한 스펙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 저런 화려한 경력으로 이곳을 채울 수 있을까 부러워했었다. 동기들도 열심히 직업을 찾기 위해 이미 그들의 프로필을 꽉 채워놨었다.


나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었다.


오래간만에 들어가 본 나의 링크드인. 예전에 이곳을 둘러볼 때와는 마음가짐이 달라져 있음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이곳을 어떻게 채워야 하나 막막하고 나에게 자신이 없었는데, 그리고 나의 경력 모두가 쓸데없는 단기간의 경력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모든 경험들이 나의 현재를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의 프로필을 하나둘씩 채우기 시작했다.


먼저, 로고를 넣어 링크드인의 배경을 만들고, 색상도 추가하였다. (프로필 사진은 원래 실사의 사진이지만, 브러치에서는 브런치 프로필 사진으로 대체한다.)


둘째, 호주 회사명과 함께 나의 포지션을 기입했다. 포지션을 적어야 하는 입력란에 Founder(창립자)이라 적으며, 나는 왠지 '정근아가 그.나(the.me)에게 주는 임명장'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는 이 회사를 창립했으니 끝까지 더미그나를 책임져야 해!!! 알았지? 정근아도. 그.나도, 더미그나도 모두 '나'이지만, 모두 각각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니, 각각의 임무 또한 가지고 있다. 나는 이 모두를 잘 꾸려갈 임명장을 받았다. 잘해보자. 근아들!!



셋째, 기타 프리랜서로 활동했던 내용을 현재 진행형이라 수정했다. 일러스트레이터, 로고디자인, 북디자인. 모두 호주에 오기 전 잠깐 1년여년동안 활동하기는 했지만, 그때는 왠지 아마추어의 느낌이었고, 일시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링크드인에 다시 입력하는 내용은 당당하게, 전문가로서의 나의 능력을 모든 이들에게 공표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이야기까지. 분명 6개월 전만에도 나는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 애태웠는데, 이제는 이렇게 프로필에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만큼의 경력이 쌓이고, 글작가라는 호칭에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건율원 로고와, 플래너 제작으로 인해, 건율원의 Creative Director 겸 Designer의 경력도 당당하게 적어 넣었다.



넷째, 동시집. 이 책을 발간한 건 2017년. 책출간을 하고 홍보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호주로 넘어왔는데, 브런치를 통해 사랑을 받고 있으니, 이 또한 당당하게, 나의 프로필 안으로 들어갔다.



다섯 번째, 대학원에서 받은 상장. 대학원 첫 번째 1년이 끝나고, 학교로부터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내가 DEANS LIST에 올랐단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메일을 받았었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주는 상장이란다. 코비드 기간이 아니었다면 실제의 종이로 된 상장을 받았을까? 그건 좀 아쉽다.


나는 이를 링크드인에 추가하였다. 성적이 좋았음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실함을 증명하는 자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여섯 번째, 이제 나에 대한 글, 회사에 대한 비전을 영어로 적어야 한다. 이는 글을 좀 더 정리해서 올려야 할 듯하다.  


한국에서는 겸손이 우선이지만, 외국에서는 개인 자랑질이 우선이니, 나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광고를 해야 한다. 내가 왜 대체불가적인 사람인지 어필을 해야 한다.



일곱 번째, 지인들의 프로필에 방문하여 커넥트를 신청했다. 나 이만큼 컸어요!! 알려주고 싶은 맘도 컸다. 그리고, 몇 개월 동안 동기들의 취직상황들도 확인했다. 그들에게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






프로필을 적다 보니, 나의 역사가 실제로 링크드인 안에 적혀 있다. 내가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고, 그로 인해 나의 현재는 어떠한지, 한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미래는 어떻게 적혀질 지 기대가 된다.


나는 링크드인을 영문으로만 작성하고 있다.

한국어 프로필은 추가 사항이다.

나의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니

그 시작을

링크드인으로 영어버전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링크드인에 나의 프로필을 업데이트하는 이유는 일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의 네트워크를 키우기 위해서다.



2024년 3월 29일 (금요일) - 부활절 연휴 첫날 (난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내가 부활한 날이라 기록하고 싶다.)

링크드인 프로필 작성






스스로를 능력 있고,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으로 생각하라. 그러면 그렇게 될 것이고, 그런 식으로 행동하게 될 것이며, 그런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창조주가 주신 재능 중에서 우리가 갈 길을 선택할 재능이 가장 위대하다.
<정상에서 만납시다 - 지그 지글러> (주1)





(주1) 정상에서 만납시다. 지그 지글러 . 핀라이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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