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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May 14. 2024

새벽 산책, 호주 자연이 나에게 전해준 지혜

한동안, 호주의 여름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나들 때, 난 새벽 산책을 즐겼었다. 아주 짧은 10분의 산책이었다. 매일 새벽에 4-5시간씩 꼼짝 않고 앉아 있다 보니 중간에 한 번쯤은 스트레칭이 필요했다.


한국시간 5시에 브런치 북 발행을 하고, 바로 새벽독서모임이 시작되는데, 나는 양해를 구하고 잠시 집을 나섰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슬리퍼 신고 걷던 동네 한 바퀴였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나는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관찰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에는 그 존재가치도 몰랐던, 전깃줄, 나무들의 그림자, 각각의 나무들이 달리 가지고 있는 나뭇잎 모양, 집집마다 다르게 사용된 벽돌의 문양. 등등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모든 것에 의미가 더해지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관찰이었다. 새벽 내내 글 쓰며 집중되었던 생각들과 다양한 감정들을 간직한 채, 밖으로 나가다 보니, 자연스레 나의 시선은 매일매일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굉장히 구체적이고, 사소한 것으로 이동되고 있었다.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 것도 아니었다. 어느 날은 새소리에, 어느 날은 고요함에, 어느 날은 가끔씩 들리는 비행기와 자동차 소음에 집중했다. 이는 나 이외에는 이 새벽에 밖에 나와있는 이웃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새벽산책을 못해서, 토요일 오후에 동네를 걸었더니 어찌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귀에 거슬리던지. 그날은 아무런 관찰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아 이 동네도 이렇게 시끄러울 수 있구나.


비 오는 날도 어김없이 산책을 이어갔다. 우산 쓰고, 장대비를 맞는 기분. 꽤나 즐거웠다. 어렸을 적 우산도 없이 뛰어놀던 그때가 생각나기도 하면서, 꽤나 신선한 자극이었다.


그렇게 매일 아침 새벽의 외출은 아이들이 개학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흐지부지 되었지만, 그때의 경험은 꽤 자극적이었고, 꽤 나를 단시간에 변화시킨 활동이었다. 이제는 좀 더 오랜 산책이 필요한 시기. 다시 산책 루틴을 시도하려 한다. 이번엔 좀 더 긴 산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다양한 동네의 모습을 관찰하려 한다.




누군가는 왜 그리 새로운 것을 좋아하냐 한다. 근데, 난 디자이너이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 새로운 자극에서 영감을 받고,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 익숙한 것도 새롭게 봐야 하는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나는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이렇게 글의 소재로도 활용한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을 나에게 쌓이는 경험이라 생각한다.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 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 또한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삶의 지혜를 얻는다.


더 나아가서는 이 모든 경험은 나의 호주생활에 가치를 더해주고, 내가 호주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준다. 그러면서 생겨나는 소속감은 나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내 주위부터 익숙하게.

내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게 내가 찾은 해답이다.


호주생활을 지혜롭게 하는 법.

호주를 즐기는 법.

호주를 디자인에 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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