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근아 May 09. 2024

호주의 웹디자인에서 배우는 지혜

호주 디자인 대학원 수업 중, 페스티벌 웹사이트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가장 먼저 한 일은 리서치였다. 내가 선택한 사이트들 중 하나는 오페라 하우스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의 홈페이지는 얼마나 근사할까. 


Sydney Oprea House Website


2024년 5월 9일 현재의 디자인이다. 심플하다.



물론 디자인 트렌드에 따라 디자인도 달라질 것이고, 다른 나라의 홈페이지들을 모두 아는 것도 아니기에, 내가 여기서 디자인을 비교분석을 할 수는 없다. 또한 오페라하우스의 웹디자인이 어떠한 의도로 제작되었는지 내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하기에, 나는 내가 느낀 호주 오페라하우스의 웹디자인에 대한 느낌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디자인 수업에서 배운 것만을 전달하고자 한다. 




1년 전 내가 마주했던 오페라 하우스 웹디자인은 현재의 디자인보다 더욱더 심플했다. 좀 더 촌스럽다고 해야 하나.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하거나 화려한 디자인'이라는 것을 여기서는 볼 수 없었다. 

                    

나의 이해로는 


첫째, 호주의 느린 인터넷 속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호주에서 한국의 웹사이트를 접속하면 이미지들이 많고 팝업창도 많아서 접속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아예 접속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으로 한국 정부의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한 곳은 더욱더 그랬다.


반면에 느린 속도의 인터넷나라에서 태어난 웹사이트는 느림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불필요한 이미지들은 생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여러 개의 페이지로 나누지도 않았을 것이다. 4-5페이지 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도록 기획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전 세계에서 접속하는 이용자들을 고려하고 배려한 결정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호주보다 느린 인터넷 속도를 가진 나라가 있을 테니 말이다. 


둘째, 호주의 트렌드 또한 느리다. 예를 들어, 코비드 기간 동안 호주의 국경이 3년 동안 닫혀 있었다. 3년 만에 방문한 서울은 어디가 어디인지, 10년 이상을 오가던 곳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 반면에 5년 만에 호주에 방문했던 엄마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네" 나도 엄마의 말에 같은 생각이다. 


또한, 2014년생 아들은 1980년대, 1990년대 노래를 부르며 논다. '그런 노래는 어디서 들었어'하면, ' 학교에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인데?" 그 노래는 바로 YMCA다. 물론 요즘 노래들도 부른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건, 1980년의 문화도 여전히 호주에는 살아있는 문화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급변하지 않는 문화 속에서, 기본만 지킨 웹사이트는 그 기능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페라하우스 웹사이트는 공연을 홍보하고, 티켓구매로 이어주는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느낀 호주, 시드니의 디자인은 그랬다. 기본적인 기능만 있는 심플한 웹사이트. 1990년대 디자인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때도 있다.


셋째, 디자인 콘셉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위에서 말한 기본적인 기능과는 별개로, 웹사이트만이 풍기는 예술성이 있다. 위 홈페이지를 다시 보면, 모든 공연의 사진은 연주자들, 댄서들, 심지어 오페라를 방문한 사람들. 사람이라는 콘셉트가 디자인의 중심에 있다. 웹사이트가 아니었더라도 바로 포스터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오페라 하우스의 공연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예술의 **의 디자인과 비교를 하면 좀더 확실한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웹디자인 수업을 들었을 때도, 교수가 강조한 것이 있다. "우리는 페스티벌을, 공연들을 광고하지 않는다. 사람중심의 문화를 전달해야 한다. 웹사이트자체에서도 사람들의 소통, 교감, 즐거움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공연을 소개해야 한다." 




이런 오페하하우스의 웹디자인에서 내가 배운 지혜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속도, 기본에 충실, 문화의 전달'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


느림의 나라 호주, 사람 중심의 나라 호주, 이러한 호주를 웹사이트가 표현하고 있는 것이고, 웹사이트 자체도 호주인 것이다. 여기서 각각의 공연들이 모두 호주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면서도, 그 모든 공연들은 그저 호주 문화 속의 '공연'이라는 카테고리 하나일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 웹사이트는 예술작품이다. 




[ 디자인에 호주를 담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