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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May 07. 2024

디자인 도시,
멜버른에서 나를 만났다.

Ep. 01 멜버른으로 가는 기차, 11시간  https://brunch.co.kr/@maypaperkunah/168 

Ep. 02 북디자이너가 즐기는 멜버른 서점투어 https://brunch.co.kr/@maypaperkunah/169 

Ep. 03 멜버른에서의 새벽 5시 https://brunch.co.kr/@maypaperkunah/170

Ep. 04 멜버른으로 여행을 떠난 워킹맘 https://brunch.co.kr/@maypaperkunah/172

Ep. 05 멜버른 벽화를 찾아다니는 디자이너 https://brunch.co.kr/@maypaperkunah/175


멜버른 여행 _  Episode 06



호주 대학원에서 2년 동안 꾸준하게 접한 로고 디자인이 있었다. 

멜버른 시티의 로고다. 



2009년 멜버른시는 브랜드 전략과 정체성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2억이 넘는 예산을 투자하여 새로운 로고 제작을 시도했고, 이는 성공적이었고, 이제는 도시 브랜딩의 성공사례로 뽑힌다. 


디자인적으로도 획기적이었기에, 다양한 디자인 수업에서 교수들이 대표적으로 보여줬던 디자인 사례이기도 하다. 다양한 확장이 가능한 로고라는 콘셉트로 디자인되었기에 지속가능한 디자인이었고,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로고였다. 


그러니 모든 디자인 영역의 수업을 들을 때마다, 디자인 콘셉트를 잡을 때마다 멜버른은 언급되었다. '다양하지만 일관성을 유지하라. 멜버른의 로고처럼.' 로고 디자인을 배울 때도, 웹디자인을 배울 때, 디자인 씽킹을 배울 때도.... 모든 교수가 그랬었다. 


그런 멜버른에 내가 다녀온 것이다.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멜버른 도시를 돌아다닐 때 이용했던 트램에도 멜버른 로고의 일부분을 담고 있다. 이 멜버른의 상징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던 나였기에, 나는 멜버른에서 저 트램을 만났을때 얼마나 반갑던지... 그 흥분을 아무리 아무리 딸에게 설명을 해줘도 공감을 못해주니, 그냥 나혼자 좋아하기로 했다. 트램을 볼 때마다 나 혼자 속으로만 또또 반가워하고 또또 신기해했다. 


나만의 즐거움이었다. 

나만 멜버른을 제대로 즐기는 기분이랄까. 

나만 아는 비밀이 있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멜버른을 떠났다.



시드니로 돌아오는 밤기차에서 유리창으로 보이는 것만 3-4cm 정도 되어 보이는 거대(?) 별자리를 만났고, NSW 지역으로 들어서면서 일출을 맞이했고, 시드니에 도착하기 직전의 도시에서는 난생처음 보는 짙은 안개를 통과했다.  


그리고, 멜버른 여행이 끝이 났다. 


사실, 3박 4일간의 멜버른을 돌아다니며, 멜버른을 많이 알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충분히 모든 구경을 하려면 한 달은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멜버른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분위기만을 간직하고 시드니로 돌아온 느낌이다.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멜버른은 초록과 노란색(골드)의 조화 (이건 호주의 대표 색상이다), 모던한 빌딩과 클래식한 건물의 조화, 그리고 그 속에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처음 시드니에 왔을 때 경험한 첫인상이 좋았기에 지금 시드니에 살고 있는 것처럼, 멜버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첫인상 때문에 나는 또 언젠가 다시 멜버른을 찾을 거 같다. 


그리고 나는 일부러 아쉬움을 남기고 왔다. 정말 제대로 보고 싶은 곳들에는 다음 기회라는 여유와 유연성을 부여해 주고 왔다. 내가 20대에 다녀온 유럽여행을 평생 마음에 담고 사는 것처럼, 멜버른도 그러할 것 같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 멜버른을 특별하게 만들어놨다. 그러니 언젠가는 다시 가게 될 것이다.








멜버른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멜버른에 대한 글을 계속 쓰면서 멜버른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아가는 중인 듯하다, 그래서 그런가, 여전히 나는 멜버른에 있는 듯하고, 아직도 멜버른을 즐기고 있다. 


멜버른으로 떠나기 전, 나는 멜버른에 다녀오면 굉장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라는 말을 지인에게 했었고, 나의 글에도 그렇게 적어놨었다. 그래서 그런가, 실제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멜버른과 관련된 개인적인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고, 멜버른에 만난 다니엘과는 동화책을 만들고 있다. 

감정을 표현하라고? 참담했다 참고 멜버른 여행 이야기를 적은 글들은 모두 브런치 메인뿐만 아니라 구글에도 떴고, 다니엘과 나눈 대화를 적은 글 <Be Intereested in emotions / 감정에 관심을 가지라고? >는 지금 현재(5월 7일 새벽 5시) 메인에 올라와있고, 내 글 중에서는 최고의 라이킷을 받고 있다. 


내가 멜버른에 사랑을 쏟는 만큼, 나에게 그 사랑을 곱으로 돌려주는 기분이다. 


멜버른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10시간 동안 창밖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다짐했었다. 이번 여행은 내가 멜버른을 온전히 느끼겠다고, '나'를 찾겠다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겠다고, 그렇게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여행이었다. 내가 노력한 만큼, 나의 마음에 집중하며 힘들었던 만큼, 나는 이 늦은 나이에도 또 성장을 했다 말할 수 있다.  


내가 나 자신에게 정성을 쏟은 만큼,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더 구체적으로 돌아오는 기분이다. 


디자이너로서 그라피티와 멜버른 로고를 통해 맺은 멜버른과의 첫 번째 인연은 더욱더 단단해졌고, 특별해졌고 소중해졌다. 멜버른의 도시 브랜딩은 꽤 효과가 있었다고 멜버른에게 말해주고 싶다. 



디자인 도시, 멜버른에서 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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