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호주를 담다 02
이번주는 [난, 멀티 디자이너], [디자인에 호주를 담다] 모든 브런치북에 멜버른 여행을 담을 예정입니다.
주제에 맞는 글이 발행되지만, 브런치북에 상관없이 4월 30일 발행되는 글부터 매일 발행되는 글을 읽으시면, 일정순으로 멜버른 여행이야기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ypaperkunah
호주에 온 지 5년이 넘어가고 있음에도, 코비드, 대학원 수업으로 인해 많은 여행을 하지 못했었다.
대학원 졸업 후, 떠나려 했던 여행들은, 하늘나라로 떠난 아빠를 위한 한국방문으로 모두 취소되었다.
그리고, 올해, 아이들의 첫 학교 방학. 고3인 딸이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방학일정에서 4일을 양보받았다. 그리고 난 급작스런 여행을 기획했다. 시드니를 탈출하고 싶었다. 생각이 많은 요즘,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새로움을 시도한다 했으니,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었다.
나는 1주일 후에 떠나는 멜버른으로 떠나는 기차를 예약하고, 호텔을 예약했다.
새벽 7시 40분 출발하여 저녁 6시 30분에 도착하는 일정. 기차로 11시간으로 걸린다는 정보를 읽고,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꼼짝 않고 자리에 앉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생각하고... 11시간이 나에게 공짜로 주어지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 둘을 데리고 지난 목요일, 멜버른으로 향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글쓰기 준비를 해놓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창밖풍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을 만큼, 1분 1초가 소중했다.
한 시간쯤이 지날 무렵, 시드니에서 벗어나니 인터넷이 점점 끊기기 시작하면서, 심지어 그 후에는 인터넷이 전혀 안 되는 지역이 대부분이었고, 유일하게 기차역에 기차가 잠시 2-3분 정차했을 때만 겨우 인터넷 접속가능했다.
그러니, 아들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제한되었고, 아들은 영화 보기 그리고 유튜브보기를 포기하면서, 끊임없는 대화, 놀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까지 글쓰기는 포기해야 했다.
한 귀로는 아들의 말을 들으며, 나는 풍경에 집중했다. 그리고 나는 10시간 동안 창밖의 풍경을 내 눈에 담고, 사진에 담았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에, 호주의 색이 뚜렷하게 담겨 있는 초원, 들판들. 아래쪽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단풍의 색이 짙게 품고 있는 마을들. 1년동안 그림을 그린다해도 그려낼 수 있을 만큼 나에겐 모든 것이 영감으로 다가왔다.
이런 풍경이 있으니, 서양의 풍경화들은 그리 색이 풍부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현재, 사진을 컴퓨터로 다시 살펴보면서 모든 풍경을 눈으로 담길 잘했다 싶다. 핸드폰에 찍혀, 컴퓨터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풍경사진들은 모두 내가 본 호주의 색을 담고 있지 않다.
옛날 기차역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기차역들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멜버른 여행, 다음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