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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Apr 23. 2024

디자인에 호주를 담다

배우는 즐거움, 즐기는 자유로움

호주에 온 지 5년이 넘어간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곳의 유치원생보다 호주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나둘씩 알아가고는 있지만, 하나를 알고, 내가 그것에 익숙해지고, 나의 삶에 녹여 표현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며칠 전 그 이유를 알았다. 


한 순간에 나의 성향을 한꺼번에 마주한 순간이었다. 여느 때보다 강렬했는지, 아니면 타이밍이 적절하여 좀 더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는지는 모르겠다. 그 당시, 감정이란 것과 나의 사고패턴에 대한 생각에 한참 빠져있을 때였기에, 이날은 좀 더 내가 세상을 달리 바라본 듯했다.


그러니, 모든 것이 나에게 새롭게 느껴졌고, 매일 가던 슈퍼마켓도 처음 가보는 듯했다. 



그리고, 이 이상하게 생긴 야채를 발견했다.


첫 번째 자아가 먼저 반응을 보인다. 

본능을 바로 표출한다.



와! 신기하다!

놀라움이다.


이건 뭐지?

호기심이다.


이쁘다!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

아트적 감성이 발동한다.


애호박이랑 꼭지가 같네?

관찰을 하니, 더 궁금증이 올라온다. 


찰칵.

일단 사진으로 저장한다.


뭐지?

계속 궁금하다. 알고 싶어 안달이 났다.

옆의 야채들을 둘러보니 온통 콩이다. 

일단, 콩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확인해 보자. 

집으로 돌아와 검색을 시도한다. 구글링~~


Yellow Squash, summer aquash라 부르기도 한단다. 우리말로는 여름 애호박. 애호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콩이 아니었다. 


덤으로, 추가로 제공되는 여러 가지 이미지들 속에서 다양한 애호박을 발견했다.


이제 조금씩 파악이 된다. 

'아 그래서 꼭지가 애호박이랑 똑같았구나.'

'이렇게 다양한 애호박이 있는지 미처 몰랐네.' 


지식이 확장이 되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좀 더 깊고 다양한 검색을 한다. 


애호박과 무엇이 다른지, 

Besides the colour, the main difference between the two vegetables is the shape. Zucchini is straight, while yellow squash has a fat bottom and tapers towards the neck. Yellow squash can also have more seeds in its flesh. Flavor-wise, both are mild-tasting with a hint of vegetable sweetness.


어떤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지, 

이미지 출처 : 구글




여기서 나의 두 번째 성향이 나타난다. 두 번째 자아는 생각하는 아이다.

첫 번째 자아는 새로움에 엄청난 자극을 받는 어린아이 같은 아이지만, 두 번째 자아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굉장히 꺼려하는 '어른이 된 나'다. 그러니, 이 노란색 애호박을 구입하지도 먹어보지도 않을 것이다. 


맛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이것저것 시도하기 싫은 귀찮음에,

더 알아서 모하나 하는 안일함에,


보통은 여기서 나는 새로운 경험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 


예전에 없던, 더 깊은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슨 맛일까?'

'향이 다를까?'

'한국식 요리법으로 만들면 맛은 같으려나?'

'촉감은 어떨까?'

'자르면 단면은 어떤 모양일까?'




세 번째 자아를 만들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해 보는 도전적 자아'


첫 번째 자아가 만들어낸 호기심을 이어받아, 

포기하려는 두 번째 자아를 다시 깨워서,

더 많은 궁금증을 내놓는, 세 번째 자아에게 

위대한 탐험을 하라고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호주로 와서 디자인대학원을 다니면서, 나는 디자인으로부터 많은 삶의 지혜를 배우고, 디자인 안에 담긴 철학을 나도 모르는 사이 습득해오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로 인해 나는 많은 배움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소크라테스식 사고방식을 적용해 봤더니 아니었다(주 1).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약간의 오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한국에서 디자인공부를 더 했어도 그랬을까? 


나의 대답은 아니었다. 새로운 나라 호주에서, 한국과 다른 교육방식으로,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디자인에 대한 전체적 개념을 배우다 보니,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내가 변해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나의 삶의 지혜로 적용되고, 나의 철학으로 스며들게 된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새로운 자극이, 나에게는 나의 사고가 열리고, 더 나아가서는 나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꽤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새벽독서모임에서 배웠고, 그것을 몸소 나의 삶에서 깨닫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새로운 것에 대해 평소와 같은 거부반응을 보이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아직도 낯선 호주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가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니, 그 배움을 나의 삶에, 나의 디자인에 녹여 신나게, 자유롭게 즐겨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정말 힘들어서 이제 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신기하게도 어딘가에서 나주 희미한 빛이 다가오더군요. 뛰어들어라. 그러면, 온 우주가 당신에게 헤엄치는 법을 가르칠 것이다. - 보도 쉐퍼(주)




앞으로 화요일, 목요일에 발행되는 이 브런치북 [디자인에 호주를 담다]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길 것이다. 



일단, 저 노랑 애호박부터 구입해야겠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주 1) 철학의 위한, 알랭 드 보통, 2023, 청미래


소크라테스식 사고방식

1. 확고하게 상식으로 인식되는 의견을 하나 찾아보다.

2. 잠시 상상해 보자. 이런 의견을 내놓는 사람의 확신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거짓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 의견이 진실일 수 없는 상황이나 환경을 찾아보자. 

3. 예외가 발견되면, 그 정의는 틀렸거나 아니면 최소한 불명확한 것임에 틀림없다. 

4. 최초의 진술은 이런 예외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새롭게 고쳐져야 한다. 

5. 그렇게 새로 정리한 주장에서 또다시 예외가 발견된다면, 앞에서 거쳤던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진리는 만약 그것이 안간이라는 존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언제나 더 이상 논박할 수 없는 주장 속에 존재해야 한다. 어떤 주장에 대한 이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곧 그 주장에 담긴 오류들을 발견해 나가는 일이다. 

6.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무엇을 빗대어 말했든지 간에 사고의 산물은 직관의 산물보다 더 우월하다. 


(주 2) 멘탈의 연금술, 보도 새퍼, 2020, 토네이도



[난, 멀티 디자이너] 월 / 수 / 금

[디자인에 호주를 담다] : 화 / 목

[유치원에서 온 별풍선 ] 토

[감정을 이해해 보자 with 다니엘] : 일


THE ME + KUNAH

더미그나는 나 자신(the Me)을 삶의 주제 (theme)로 삼고, ‘나'를 제대로 지켜내고자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from. 근아 / 그나


THE ME KUNAH 디자인 의뢰

 : hello@themekuna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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