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온 지, 6년이 넘어가고 있다.
올해 18살인 딸과 10살인 아들을 키우면서,
호주의 의무교육을 거의 모두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들은 프리스쿨부터 현재 4학년까지,
딸은 7학년(중1)부터 12학년(고3)까지,
그리고
나는 호주 디자인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호주의 교육을 직접, 간접적으로 경험해 봤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내가 느낀, 한국의 교육과 가장 다른 점은 '적당함'이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적당함은, 완벽까지는 아니고, 그렇다고 대충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을 말한다. 각각의 상황 속에서 알맞은 정도, 그리고 '무던함, 너그러움'으로도 대체될 수 있는 적당함이다.
여러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첫째, 아들이 처음 학교 오케스트라 밴드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아들이 선택한 악기는 기타. 처음 기타를 배우는 것이었고, 일주일에 개인레슨 한번, 학교 리허설에서 한번. 그렇게 두 번의 수업을 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한 달쯤이 지났을 무렵. 아들의 음악밴드는 뮤직 경연대회에 출전했다. 이제 겨우 도레미파솔을 익힌 수준이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경연대회라고? 경연대회에서의 연주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이런 수준인데 경연대회에 참석했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꽤 진지했고, 그들이 연습한 음악 3개를 끝까지 연주했다.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경연대회에 참여한 3곳의 음악밴드가 3개의 상을 골고루 나눠가졌다. 아들의 밴드는 무려 2등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들에게 전해진 트로피. 어떠한 상보다 반짝반짝 빛나보였다. 아이들의 연주소리에 피식 웃어버린 내가 창피할 정도였다.
둘째, 매해 아이들의 학교에서는 다양한 발표 행사가 있다. 그중에서도 미술 전시회는 1년 동안 수업시간에 그린 그림들을 부모님들에게 보여주는 시간이다. 여기서도 기준에 적당함이라는 것이 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모든 과정을 끝났다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다.
학교에서 그린 그림들이 학교의 강당에 모두 전시되었다. 아들은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고, 딸은 담담하게 자신의 그림을 엄마가 한 번에 찾아주길 바라는 듯 보였다. 둘 다, 자신의 그림에 자신감 가득한 모습이 보였기에, 이미 난 그들이 자랑스러웠다.
특별하게, 딸의 학교, 그러니까 high school에서는 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림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상장을 수여하는데, 딸이 이곳에서 두 번이나 상장을 받기도 했다. 딸아이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만 해도 나는 울컥할 정도로 자랑스러웠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High school 첫 학년 때 상장을 받고, 그림수업에 흥미를 더 느끼고, 스스로의 그림에 자신감을 보였으며, 고3인 지금까지 그림을 즐기며 그리고 있다.
셋째, 아들의 학교에서는 코비드 기간이 끝나고, 그다음 해 아이들의 댄스 공연을 준비했다. 1년간 아이들은 댄스수업에 참여했고, 그들이 배운 댄스는 연말행사에서 볼 수 있었다. 가수들이 공연을 해도 될 만큼 꽤 큰 공연장이었고, 아이들은 조명아래에서 부모들에게 자신들의 댄스를 뽐내고 있었다.
1980년대의 팝송부터, 2020년대 힙합까지. 아이들은 노래와 춤에 흠뻑 빠져있었다. 미친 듯이 추고 있었다. 춤추는 것, 그리고 무대에 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아들도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그 자리에서 아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을 정도였다. 잘했어 아들!!!!!!
이런 적당함 속에서의 여러 가지 활동들을 보면,
'일단 해보는 것이다. 하다 보면 잘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듯했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가 없음이 당연하고, 마무리도 완벽해야 할 의무감 같은 것도 없다. 그 과정 자체를 즐기다 보면 실력은 늘어있고, 어느새 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특출 나게 자신만의 능력을 뽐내는 아이들이 나타나고, 가끔은 자신이 몰랐던 자기만의 능력을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또한 완벽한 준비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 모습 그대로, 모든 활동들을 축하의 시간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이러한 아이들이 노력한 과정들을 부모들에게 선보이거나, 경연대회를 나감으로써 아이들의 자신감, 자존감,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기회라 생각한다.
또한, 학교의 행사에서는 대체로 단체 활동이 많았다. 모두가 완벽할 필요도 없고 다 같이 과정을 함께하는데 의의를 둔 것일 것이다. 그리고 단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나아가는 협력과 조화를 배울 것이며, 그들만의 우정 또한 돈독하게 만들어 줬을 것이다.
다음편에서는 개인활동에서 적용되는 적당함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