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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n 13. 2024

호주 생활, 혼자만의 Q & A

예전에 '디자인은 탐정놀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디자인 과제를 받을 때마다, 나는 탐정놀이를 시작한다. 사건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실마리를 찾아 범인을 찾아 나서는 거다. 탐정들의 벽을 상상해 본다. 보드에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연관성을 찾아 빨간 실로 연결한다. 그 보드판을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다 보면, 유레카!! 의 순간이 온다. 쾌감, 희열, 굉장한 흥분의 순간이다.

내 디자인의 콘셉트를 찾았다!! 그대로 나의 디자인을 만들러 가면 된다!


>> 디자인은 탐정놀이다. 에서 발췌. 



지금 생각해 보면, 디자인만 그런 게 아닌듯하다. 호주에 살면서 더 많은 탐정놀이를 하고, 나의 삶을 살면서 더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는 기분이다. 


일단 호주의 삶.

정말 준비 없이 왔다. 딸아이가 중학교 입학하는 시기를 맞춰 오느라, 휘리릭 기본만 준비하고, 한국을 떠나왔다. 처음엔 아이 둘과 나, 이렇게 셋이서 1년을 살았다.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알았다. 나는 여기서 2살의 아이와 같은 수준이구나. 단어로 말을 이어가고, 호주에 대한 어떠한 배경지식도 없으니 그저 하루하루 하나씩 알아가며 나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여전하다. 딸아이는 18살 성인으로 성장했는데, 나는 6년 차 호주생활을 하며 6살의 아이로만 성장해 있는 기분이다. 호주에서 만 6살이 되면 학교에 입학할 자격이 생긴다. 그러면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들고, 사회생활을 배우고, 여러 가지 과목들을 배우는 시기인 것이다. 나도 딱 그런 상태인 듯하다. 


나만의 생각을 해도 된다는 자격을 받아놓은 마냥, 이제 호주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딱 "탐정놀이를 해보자."의 느낌으로 시작했다. 호주에 살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분석하고, 여러 가지 상황들을 연관시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만의 답을 찾는 중이다. 그리고 이곳, [디자인에 호주를 담다] 브런치 북에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 결론은 항상 같기는 하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그래도, 그렇게 그렇게 호주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내가 지금까지 알아낸 것들을 나열해볼까 한다. 


호주- 아이들에겐 천국이다? 매일매일 느낀다. 이건 100% 맞다.

호주의 교육은 선진국 수준이다? 직접 대학원을 다녀본 결과, 맞는 이야기다. 초등부터 다시 다니고 싶다.

호주의 대학교는 별로라고? 세계 랭킹 10위에 오른 대학이 많다. 공부하기 위해 가는 곳이 대학이다.

호주인들은 운동을 잘한다? 꾸준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그러니 잘해질 수밖에. 부럽다.

호주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한다? 성적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멋진 사람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 많다.

호주인들은 개인주의다? 개성이 강한 것이다. 자기 스스로만의 유니크함이 존재한다. 이건 오해다.

호주에는 급식이 없다고? 다양한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에게 급식은 불가능하다. 나에겐 최대 스트레스다.

호주인들은 가족중심이다? 저녁에 집에 있는 것 외에는 할 것이 별로 없다. 그들의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 

호주의 삶은 여유롭다? 호주인들처럼 산다면 사실이다. 한국인들의 근성으로 산다면? 왜? 뭣하러? 

호주는 날씨가 환상이다? 대체로 그렇다. 하지만 여기도 은근히 우울함에 빠뜨리는 날들이 많다. 속았다.

호주는 강국이다? 부드러움 속에서 나오는 강함이 있다. 거대한 땅덩어리에서 나오는 포스 같다. 인정한다.


호주에는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어?

아니 불편한 점, 모순덩어리인 점, 너무 많다. 장점을 보며 그것을 배우려 할 뿐이다. 


호주에 이민 간 거 만족해? 

개인마다 다르지 않을까 싶다. 나는 90% 만족이다.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호주 이민을 추천하나? 

준비를 많이 하고 온다면 추천한다. 아이들이 있다면 강력추천이다. 다만 부모들을 삶은 포기하고 아이들을 위해 온다면? 오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제발. 






어쩌다 글을 쓰다 보니 Q&A 가 되어버린 듯하다. 하지만 이런 탐정놀이와 Q&A 는, 나 스스로를 점검하고, 나의 호주생활을 주기적으로 정리하는 나만의 루틴이다. 디자인 대학원에서 매주 혹은 하나의 챕터가 끝날 때마다 제출해야 하는 과제였다. '다시 돌아보기, 그리고 성찰하기를 루틴으로 만들어라' 호주 교육의 지혜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매주, 나의 삶의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나를 돌아본다. 


이런 모든 호주에 대한 사실(의견)을 호주 오기 전에 알았다면 나 혼자 탐정놀이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나의 대답도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없으니. 이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과정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니 오늘 글이 딴 곳으로 흘렀음에도 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결론짓고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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