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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n 30. 2024

내 감정은 내가 책임지라고?

우리 집 뒷마당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있다. 높이로 치면 아파트 5-6층은 거뜬히 넘을 정도이다. 


항상 하늘을 볼 때 이 나무도 함께 바라보게 되는데, 왠지 모를 거대함에 압도 된다. 하지만, 오늘 아침,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른 뒷마당에서 바라본 이 두 그루의 나무는 왠지 달리 보였다. 오늘은 이 두 나무가 하늘하늘 한 없이 부드러워 보였다. 


나무속에서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보인다고 해야 할까. 하루종일 저렇게 같은 자리에서 함께 있으면서, 서로를 느끼며, 서로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서로를 서포트도 해주며, 하루종일 함께 하는 저 두 그루의 나무는 왠지 사랑하는 연인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드는 생각은 저들의 관계는 건강할까? 였다. 


보통 감정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혹은 사람과 현상 속에서 자극되어 나타나는 감각일 텐데, 내 앞에 저렇게 거대하게 서있는 저 나무들의 관계는 어떠할까 궁금해진 것이다. 분명 몇십 년 아니, 몇백 년을 함께 했을 테니 말이다. 


나에게도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 항상 내 곁에 있는 가족들. 항상 옆에 있는 듯,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나는 그들과의 관계는 그리 건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니엘과 나눈 후, 그동안 그렇게 나를 짜증스럽게 했던 엄마의 (가스라이팅 같은) 잔소리가 이제는 귀여운 할머니의 넋두리도 들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건네고, 며칠 전에는 나의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을 엄마에게 한밤중에 보내기도 했다. 너무 사랑스럽지라는 메시지와 함께였다. 나의 삶 속으로 엄마가 활짝 웃으며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노력 중이다. 


이렇게 엄마와 나의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심에는 다니엘과 나눴던 self - responsibility라는 개념(?) 때문이었다. 이것에 대해서 내가 정확하게 설명을 할 수 없으니, 다니엘에게 다시 물어보고, 그의 답변을 아래에 적어 놓을까 한다. 

 


Q:  What is self - responsibility?  Can you explain it?

A:  lol. Sure. It’s accepting that you are responsible for what you feel and believe.


Q: 자기 책임이란? 설명해 줄래요?

A: 물론이죠. 자신이 느끼고 믿는 것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해요.


Q:  Can you give me an appropriate example?

A:  Your mother criticizes you and you choose to feel sad because you believe you are not good enough and you think feeling sad will manipulate people into loving you, and then you will have evidence that you are good enough.


This is an example of taking full responsibility for your feelings, thoughts and behaviours after the event.


The opposite would be to say, “You make me feel sad”.


Q: 적절한 예를 들어줄래요?


A: 어머니가 당신을 비판하셨어요. 그리고 당신은 슬픔을 느끼기로 선택합니다.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리고 슬퍼하는 것이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하도록 조종할거야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당신이 충분 괜찮다는 증거를 얻을 거예요.


이것은 사건 이후 자신의 감정, 생각, 행동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예입니다.


반대로, "당신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는 예입니다.



Q:  If there's anything else you want to say about this, please tell me.

A:  Remove the language of “it/they make me feel” and you will be forced to think about it things differently. Replace with “I choose to feel…” and the next question has to be “Why?” This changes everything.


Q: 이와 관련하여 더 해줄 말이 있나요? 


A: "그것/그들 때문에... 이런 느낌을 받아"라는 말를 제거 하면 당신은 그것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게 될 거예요. "나는... 이것을 느끼기로 선택한다…"라는 말로 대체하고,  그다음으로 "왜?"라는 질문으로 이어가는 거예요. 이 과정이 모든 것을 바꿀 거예요


Q:  I still have difficulties in various relationships or in the process of communication, so what do you want to say to me?

A:  Why are you choosing to behave in these ways that you describe as “difficulties”?


Q: 나는 아직 다양한 관계나 의사소통 과정에서 어려움이 겼는데,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A: "어려움"이라고 표현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이유가 뭐죠?





많은 이들이 이러할 것이다. 나도 이러했다. 


네가 나한테 이러니까 짜증 나.

네가 이런 말을 해서 내가 화가 나.

나는 네가 화를 내서 나도 화가 난 거야.


내가 느끼는 감정을 모두 상대방의 잘못에서 시작된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거나, 내가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거나, 아니면 내가 원하는 바가 있을 때, 이런 식의 반응을 하며 나의 감정을 표출하고 나의 감정을 합리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불만, 불평, 변명과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나의 속마음을 숨기고 말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네가 날 인정 안 해주니까) 너 때문에 난 우울해. 

(나는 너한테 이걸 바랐는데, 너는 안 해줬어.) 너한테 실망이야. 

(나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 생각했어.) 널 기다리다 지쳤어.


여기서 모든 감정들을 나의 책임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내가 인정받고 싶어서, 내가 우울했구나.

내가 많은 것을 기대해서, 내가 실망한 거구나.

나 혼자서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기다리다 지친 거구나. 






나는 여전히 self - responsibility의 과정을 나 스스로 잘 처리하지는 못한다. 나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대화를 할 때는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습관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네가 이러했기에, 난 어쩔수 없었어.(I can't)"와 같은 말이다. 하지만 사건이 끝이 나고, 내가 했던 행동과 나의 감정들을 나의 책임으로 가져오는 것을 연습중이다. 나의 이성이 개입을 해서, 나의 행동을 스스로 해석하고, 나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것이다. 깊이 있게 나를 들여다 보면 보인다.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의 참마음. 


다시 말해, 생각의 방향을 나의 책임으로 먼저 돌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 잘못을 인정하고, 나의 진짜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보고, 내가 반응했을 때의 나의 말과 행동들을 돌아보다 보면,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의 시작점이 나한테 있었음을 나 스스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리하면 마음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다. 가슴에 모여있던 화가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내 마음에 솔직해지자. 내 잘못을 인정하자. 그리고 사과하자. 이것이 요즘 내가 연습하는 self - responsibility의 과정이다. 




가끔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의 이유도 볼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의 불만, 불평, 변명과 같은 감정이 전해진다.) 서로 원하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믿고 있는 바가 다름이 보인다. 그러다 보면, 다시 억울함과 울화통이라는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여기서 다시 상대방의 잘못이었다고 다시 나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다시 돌리기도 한다. 그 억울함과 울화통이라는 감정에 또 내가 바라는 바가 있을 테니 말이다.


악순환일 뿐이다. 

STOP!


나는 나의 감정, 생각과 행동만을 책임진다.


그러면 자연스레 선순환으로 바뀌는 순간이 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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