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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n 23. 2024

지금 느낄 감정을 선택하라고?

감정을 대처하는 새로운 습관


Daniel: How do you feel, right now?!!  지금, 기분이 어때요?

Me: Right now?


Daniel:

YES, RIGHT NOW!! 그래요, 지금 !!

What feelings are you choosing right now?!! 지금 어떤 감정을 선택할 거야.

How do you want to feel right now?!! 지금 네가 어떻게 느끼고 싶어.

what you feel is what you want!! 네가 느끼는 것이 네가 원하는 거야. 


다니엘은 '지금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이렇게 다양한 문장으로 나에게 한꺼번에 물어봤고, 아니 나를 다그쳤고, 동시에 모든 질문에 힘을 주어 이야기하니, '이것은 중요한 거야'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했다. 나는 그때 느끼는 감정을 바로 찾아야 했다. Right now? Right now?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지? 내가 원하는 감정은 뭐지? 내가 감정을 고르라고? 머릿속에 내가 아는 감정들을 모두 불러와야 했다. 지금 당장의 감정을 확인하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익숙하지 않은 뇌활동이라 뇌정지가 된 듯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런 나를 위해, 다니엘은 그 당시 내가 느낄만한 여러 가지 감정의 단어를 천천히 나열해 줬다.


Stressed?

  Stressed? 스트레스받나? 그건가? 아닌데.

Sad?

  Sad? 그럴 수도, 아냐 아냐. 슬픈 건 아냐.

Trapped? Stuck?

 갇힌 듯하냐고? maybe. 그럴 수도 있지.


Whatever.

  Whatever??


whatever라는 말에 내가 현재 느끼는, 내가 느끼고 싶은 감정이 순간적으로 생각났다.


HOPE였다.


물론, 처음 나에게 들어온 감정들에는 다니엘이 말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니엘의 차분해진 목소리에, 천천히 내 마음을 살펴보니, 나의 이성은 최종적으로 HOPE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이다.



Daniel:

Hope? That's a positive feeling. Right?

So you're telling me right now you're feeling a positive feeling?

-- 그건 긍정적 감정이잖아요. 지금 나한테 긍정적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

You don't know?  모르겠어요?



나는 좀 더 내 마음을 읽어본 후, 부정적인 의미와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 당시, 극복해야 하는 도전에서 받는 감정은 당연히 스트레스받고 도저히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 가장 바라는 것은, 그리고 내가 믿고 있는 건, 그 힘든 시간을 지내고 나면 평온해질 시간이 올 거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나는 HOPE라는 감정을 선택했다. 그러니 긍정의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그 믿음이 잘못된 거면 어쩌지 하는 부정적 감정도 동시에 나에게 들어왔다. 또한 나 스스로 희망을 바란다는 것은 그 당시 내가 현재 안 좋은 상황에 있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나는 HOPE에 부정의 의미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어쩌면 내가 잘못된 단어를 선택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 글을 쓰며 희망, 바란다의 의미를 가진 여러 가지 단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hope, wish, desire, looking forward to, expect...


물론, 다니엘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나 스스로를 이해했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으니, 그 순간 나의 감정은 HOPE로 향하고 있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다니엘이 단순하게 '지금 기분이 어때?'라고 물어왔다면, '스트레스받아'와 같은 대답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다니엘은 나의 감정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질문을 해왔기에, 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여러 개의 관점으로 하나씩 매치시키며 살펴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여러 상황들 속에서 수없이 많은 감정들을 느낄 때마다, 다니엘이 나에게 물어봤던 그 질문들을 똑같이 나에게 물어본다.


- How do you feel, right now? 지금, 기분이 어때?

- What feelings are you choosing right now? 지금 어떤 감정을 선택할 거야?

- How do you want to feel right now? 지금 네가 어떻게 느끼고 싶어?


가끔은 부드럽게, 가끔은 간절하게, 가끔은 나 스스로가 답답해서 다니엘처럼 다그치며 나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내 안의 내가 대답을 한다.


새롭게 나의 일상에 자리 잡은 습관이다. 다그쳐서라도 내 마음을 살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나에게 찾아온 감정들을,

내가 만들어낸 감정들을,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감정들을,

나의 이성이 마주하는 순간이다.


그 감정들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널 이겼구나.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선택한 감정을 내 입 밖으로 말하면, 나는 그 감정 속으로 저절로 들어가지는 기분이 든다.


물론, 이런 과정은 처음에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다니엘에게 SOS를 쳐야 할 때도 많았고, 9주가 지난 지금도 시간은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나 스스로 내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 중이다.


그래도 확실한 건, 지금은 감정과 놀고 있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절망이 찾아온다 해도, 나 스스로를 절망 깊은 곳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그 절망 앞에 앉아 절망과 대화를 나누는 내가 보인다. 싸움을 하면 대화로 화해를 해야 하듯, 나는 나의 감정과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감정과 화해를 하고, 나에게 자유를 준다.


나에게 온 감정들을 존중하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고맙다고 나에게 자유를 주는 듯도 하다.






이 글을 쓰며, 떠오른 사진이 있다. 대학원 졸업을 하고 번아웃이 와 있던 시절, 설상가상으로 한국에 계신 아빠가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무렵이었다. 나는 나의 감정을 매일 체크하며 나를 돌아보기 위해 감정 체크 달력을 디자인했었다.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 reserved.


이 사진을 찾아보며 날짜를 확인하니, 이 감정체크 달력을 디자인했을 때가. 1년 전 2023년 5월 22일이었다. 어! 내가 한참 감정 코칭을 받을 때가 올해 5월이었는데?


2024년 5월 22일 나의 다이어리를 살펴보니, 나 스스로 가장 큰 '감정적 도전'을 한 날이었다. 극도의 힘겨움, 버거움, 팽팽한 긴장 속에서, 꽤 오랜 시간을 다니엘과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던 날이었다. 내 인생의 최대의 고비라고 해도 될 만큼, 내가 나의 진짜 모습을 발견한 날이었고, 나는 나를 포기하고 싶었던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 그리고 그다음 날,

그 힘겨움을 극복하며 나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날이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

6월 22일.

나는 감정과 놀고 있다는 글을 쓰고 있다.


참, 신기한 22일이다.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지난 1년 동안,

나는 내 안의 감정에 휘둘리고 있었기에,

나는 그러한 감정들을 마주하고 싶어 했기에,

나는 그렇게 1년 동안을 더 절실하게 바랬기에,


결국엔,

나는 다니엘을 만날 기회를 얻었을 것이고,

나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나는 진심으로 성장된 나를 바라보며 그러한 여러 가지 힘겨움 들을 참아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의 감정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영어로 마주하다는 "FACE"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본다는 의미겠지?

감정과 마주할 때 나의 표정은 어떠할까.

나는 나의 얼굴에 미소를 만들어주려 노력 중이다.

슬픔, 우울, 절망, 고독,... 다양한 부정적 감정들을 자유롭게 느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요즘이 좋다.


그러니 나는,

나의 감정과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며 감정을 대처하는 이 습관을 소홀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다니엘이 나 스스로 여러 가지 상황들을 대처하는 방법을 찾을 거라고 했었는데, 그 '대처하다'의 COPE라는 뜻이 무엇인지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전적 의미로가 아니라, 내가 경험해서 습득한 COPE의 의미는 수십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앞으로 내가 찾을 COPE의 의미는 수백 가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나와 연결되며 하나로 이어지겠지.


그만큼 난 또 성장해 있겠지. 어디로 가든 지금의 나를 잘 지키는 습관하나를 찾았다.


'HOPE에서 COPE를 하고 있는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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