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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n 09. 2024

수백 번을 울어도 포기하지 마

토요일 오전,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다.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엄마는 안부 인사도 생략한 채,  엄마의 걱정거리를 끊임없이 늘어놓기 시작하셨다. 오늘의 주제는 내가 요즘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다. 아마도 어젯밤 밤새도록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잠을 설치신 듯했다. 여기에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엄마만의 결론을 만들어 나에게 통보하셨다. "네가 힘들까 봐 그렇지, 네가 그 문제를 그냥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아. 어쩌겠니. 그렇게 해야지. 네가 힘들 텐데."


내 마음은 어떤지 물어봐주지 않았다. '싫어 ‘ 말하고 싶었지만 통화가 길어질까 봐 참았다.


전화를 끊고, 하늘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근아야. 그냥 네가 받아들이는 게 어떻겠니?"

짜증이 몰려왔다.

"싫어!! 싫다고. 싫다니까! 싫다고… 제발… 나 싫어. 아빠."

나도 모르게 하늘에 대고, 눈물범벅이 돼서는 엄마한테 차마 못한 말을 하늘에 계신 아빠한테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아빠는 대꾸하지 않을 테니까.


다음날, 일요일 아침, 뜬금없이 오빠가 아빠의 묘비 사진을 보내왔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라고 내가 답장을 보냈다.


아빠가 올케 언니의 꿈에 나와서 '고맙다, 고맙다'라고 하셨다고,

그래서 오빠는 아빠한테 인사하러 왔다고,

그래서 그는 그 사진을 보낸다는 메시지였다.

도대체 오빠까지 왜 이러는 거야? 난 결국 또 울고 말았다.


목요일 밤, 아빠가 내 꿈에 직접 나타나셨다. 누군가와 함께 계셨다. 너무나도 선명한 얼굴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걸어오고 계셨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친 후 바로 사라지셨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후,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이 찾아왔을 때, 그 꿈이 다시 떠올랐다.

'아빠가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가려는 건가?'

'아빠는 하늘나라에서도 날 보호하고 싶으신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읽게 된 "reparenting(다시 양육하기)"이라는 영어 단어를 보고,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어린이처럼 소리 내어 펑펑 울기 시작했다. 20분은 울은 것 같다. 아빠 앞에서 5살의 딸이 된 것 같았다. 장례식장에서 울지 못한 것까지 모두 함께 울 기회를 얻은 기분이었다.


분명 내가 이렇게 펑펑 울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 내가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 내가 이렇게 무너져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답이 나에게 전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요즘 나는 글을 쓰며, 책을 읽으며, 그리고 감정코칭을 받으며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나를 찾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파괴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찾았다.


맞다, 나는 나를 무참히 깨부수며, 나를 이해하고,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은 내가 나를 reparenting 하는 과정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굉장히 힘겨웠기에, reparenting이라는 단어에 그렇게 서럽게 울었겠지 싶다.


예전에 독서모임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가끔 펑펑 울 때가 있을 거예요. 그건 ‘나에게 익숙했던 나’와 헤어지는 순간이래요."

나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은 이전의 나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빠가 떠나신 게 아니라, 아빠에게 의지했던 내가 새로운 모습으로 독립하는 순간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울리고, 나와 헤어지면서, 나는 나만의 성장을 하고 있다. 내 나이 48에도 여전히 성장 중인 것이다. 이렇게 힘든 과정인 줄 알았으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의미 있는 일이기에, 과거의 나에게 돌아가서 이 성장과정을 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니 가장 우선시하라고 전해주고 싶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마.

수백 번을 울어도 포기하지 마.

고독에 빠져도 절대 포기하지 마.

그러면 반짝 빛나는 너의 모습이 나타날 거야.

그러면 너의 맑은 미소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너만의 삶을 당당하게 사는 느낌이 들 거야.

그러면 너의 삶에 네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볼 수 있을 거야.

네가 마주하는 미래의 그 아이는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지고, 위대할 거야.


너를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울면서 크는 거야.

울어도 괜찮아.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 제발.





나는 7주 전, 다니엘과의 대화에서 시작된 감정코칭에서 본격적인 '나의 Reparenting'이 시작되었다. 감정부터 다시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때는 여러 가지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던 때였다.



Why am I creating this ‘I don’t want to’ feeling now?

What value is this feeling for me?

Why don't I want to?


(왜 나는 하기 싫은 감정을 느끼지? 이 감정들은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지? 왜 나는 하기 싫은 거지?)


Just be interested in yourself.

“That’s interesting. I’m creating this feeling of ‘I don’t want to’.”

You can learn about yourself like that.

You have a reason why you don’t want to do it.

You also have to respect that you have a reason.

But if you don’t know what the reason is, you can’t understand your behaviour.

And if you can understand the reason, you will develop a good relationship with yourself, like you respect yourself.


(그저, 너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봐. "흥미로운걸. 내가 '하기 싫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네?

이렇게 당신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요. 당신은 왜 하기 싫은지에 대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그 이유를 존중해야 해요.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당신은 당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이 그 이유를 이해한다면, 당신은 당신 스스로와의 좋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이 당신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처럼요.)



다니엘도 이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verybody who is trying to grow and develop themselves internally has to do this work. I believe that every single human being needs to do this to understand themselves. But only some people try; only some people make an effort.


(스스로를 성장시키려고 노력하려는 모든 사람은 이 과정을 해야 해요. 나는 모든 사람 개개인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이것을 해야 한다고 믿어요. 하지만 오직 몇몇의 사람들만 시도하고, 오직 몇몇의 사람들만 노력하죠.)


Some people, like you, have more reasons to make an effort to understand yourself than others. Some people are lucky; their lives are a little easier for them for some reason. Maybe it is not so important for them to make an effort. But they still need to make an effort if they want to grow. Everybody needs to do this to grow.


(몇몇 사람은, 당신 같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데 노력해야 할 이유가 훨씬 많아요. 몇몇 사람들은 운이 좋죠. 그들의 삶은 어떠한 이유에서 약간은 그들에게 쉬울 거예요. 아마 그것은 노력을 해야 할 만큼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 역시 그들이 성장하고 싶다면 노력할 필요가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성장하기 위해서 이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7주 전, 나는 다니엘의 말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하다고 하니, 나를 성장시킨다 하니 최선을 다해 나를 바라봤다. 내 안의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내 감정에 흥미를 갖고 지켜본다는 것.

감정을 통해 나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

'나 스스로'가 이해되기 시작한다는 것.

'나 스스로'와의 관계가 좋아진다는 것.

그리고 결국 나를 존중하게 된다는 것.

나와 내 안의 내가 비슷해져 간다는 것.


내가 그렇게 수도 없이 울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이전 06화 감정을 솔직하게 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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