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아들과 공원에 다녀왔다.
오늘의 글은 그날의 느낌 그대로, 담담하게 적어본다.
점심시간이 지난 1시 반, 우리는 집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정확히 말하면 규모가 꽤 큰 국립공원 안에 있는 네트볼(Netball) 경기장이다. 바닥이 평평하고 매끄러운 이 네트볼 경기장은 아이들이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스쿠터를 타러 자주 찾는 곳이며, 언덕이 여러곳 있기에 약간의 스릴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스릴을 즐기러 왔다. 아들이 스쿠터를 타는 동안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 그에게 응원을 보냈다. 눈이 마주치면 손도 흔들어주고, 엄지 척도 해주며 엄마가 여기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신호도 보냈다.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의 비슷한 시간에 여러 가족들이 한꺼번에 도착했다. 마치 그들 모두가 이곳에서 가족 모임을 가지려 한 듯, 하나둘씩 이곳으로 모이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점심 식사를 끝내고 디저트도 먹고, 야외 활동을 위해 나오니 다들 이 시간에 도착했나 보다.
그중 한 팀은 딸아이의 친구였다. 엄마와 함께 다른 엄마와 딸 커플을 만나러 왔다. 그들은 잠깐 동안, 아니 한참 동안 안부수다를 나누다가 공원 한 바퀴를 뛰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하러 왔나 했는데, 그들은 다시 한 곳에 모여 공놀이를 시작했다. 엄마와 딸들의 공놀이?? 참 신기했다. 가만 보니 그들은 네트볼을 연습하고 있었다. 네트볼 경기를 본 적이 없어서 나에겐 그저 피구볼 놀이처럼 보였지만, 엄마와 딸들의 공놀이하는 것을 보는 내내 왠지 모를 따스함이 느껴졌다.
또 다른 팀은 딸 둘과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등장한 4인 가족이었다. 이제 막 뛰기 시작한 듯한 작은 딸아이와 3-4살 정도의 큰 딸아이를 둔 가족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있던 곳 옆에 자리를 잡고 하나의 스케이트보드를 번갈아가며 놀이를 하듯 연습을 했다. 가끔은 네트볼 공으로 축구도 하고, 가끔은 아빠가 벌러덩 누워서 작은 아이를 다리에 올려 비행기도 태워줬다. 그들은 한 시간쯤 공원을 즐기다가 돌아갔다.
또 다른 팀은 아이들만 네 명이었다. 둘째 딸과 셋째 아들, 둘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한 명의 큰 누나는 자전거를 타며 막내 남자아이는 나무를 탔다. 나무 위에서 아이의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정말 나무를 타고 중심 기둥을 지나 큰 나뭇가지까지 올라가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아찔했다. 그 아이는 아들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한참을 주위에서 맴돌더니 같이 놀아도 되냐고 물어왔다. 그들은 바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들과 함께 있었다. 딸아이는 고3이라 집에서 공부를 한다 했고, 신랑은 한국에서 아직 안 돌아왔기에, 아들과 나는 여기서 2인 가족이었다. 한참 스쿠터를 타던 아들은 나와 놀고 싶어 했다. 나도 아들의 스쿠터를 빌려 경기장 한 바퀴를 돌고, 경기장 다섯 바퀴를 운동삼아 돌며 술래잡기를 하고, 아들 잠바에서 발견한 Handball로 Handball(주)놀이도 했다. 아들은 1년동안 같이 놀이한 자기 친구들보다 두 번째로 해보는 엄마가 더 잘한다며 엄마 앞에서 신이 나서 엄마자랑을 했다.
해가 질 무렵,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 햄버거를 먹으며 일요일의 외출을 마무리했다.
호주의 일요일.
공원에서 가족들을 바라보며, 호주인들은 저렇게 주말을 즐기는구나... 호주 생활의 한 면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은 나는 내 가족만 바라보며 지내느라 주위를 살펴보지 못했다. 이제 다른 가족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나에게도 이제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일 것이다.
유난히도 하늘이 쾌청했던 일요일 오후, 어떠한 긴장도 없이 오롯이 나의 생활을 즐겼던 날이다. 자연스러운 속도에 나를 맞추니 나에게도 화창한 호주 생활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제 나도 즐길 때가 되었나 보다. 다음 주는 아이들과 수영장을 가야겠다.
(주) Handball : 호주에서 아이들이 즐기는 공놀이인데, 작은 고무공을 바닥에 한번씩만 닿게하여 상대편으로 넘기는 기본룰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