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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l 09. 2024

호주의 밤


내가 사는 동네는 하우스만 가득한 곳이다. 큰 길가에서도 10분은 걸어들어와야 하는 곳이다. 특히나 우리 집 앞에 있는 길에는 가로등이 세 개밖에 없어서밤이 되면 칡흙 같은 어둠이 깔리고 그 어둠에 동네가 마치 숨을 죽인 듯 조용해지기까지 한다.


그 이유는, 밤이 되면 모든 집에서 암막 커튼을 치거나 블라인드를 내리기 때문이다. 9시쯤 깊은 어둠이 시작되면, 그나마 켜져 있던 불빛도 암막커튼에 가려서 우주의 어둠까지 가져오는 듯하다. 새벽 4시, 고요한 거실에 내가 켜 놓은 조명의 불빛이 블라인드 사이로 살며시 빠져나가, 어둠 속에 홀로 우리 동네를 밝히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이 빛이 너무 밝아 혹시 경찰에 신고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이유는 처음 호주에 왔을 때의 경험 때문이다. 그때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의 집주인이 '밤에는 불빛을 내보내면 안 되니 커튼을 꼭 쳐 놓으세요'라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잘못된 정보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내가 관찰한 바로도 모든 집들이 밤이 되면 집에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파악이 안 될 정도로 어두워졌기 때문에 그 말을 믿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고 있다.


또 하나의 경험이 있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깜박하고 며칠 동안 집 밖의 조명을 켜 둔 채로 두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을 통해 경고의 이메일을 받았다. 주위 이웃들이 불빛 때문에 신고를 했고, 그 빛이 자신들의 삶을 방해한다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처음 이메일을 받았을 때는 그들이 참 별나다고 생각했는데, 하우스에서 오래 살다 보니 암흑 속에서는 아주 작은 불빛이 의도치않게 온 동네를 거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살아가며 어둠을 존중하는 이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나 또한 그 암흑 속에서 별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얻었으니, 나도 호주의 밤을 지켜주기 위해 매일 밤 노력 중이다. 특별할 것은 없다. 그저 매일 저녁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블라인드를 내리는 일을 한다. 이 작은 습관이 이곳 사람들의 삶에 동참하는 나만의 방식이 되었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더 밝게 빛날 수 있으니, 더 깊은 어둠을 만들어 더 밝은 별빛을 보기 위해서 나 스스로 노력하는 중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별빛이 다시 우리를 보호해 줄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어둠에서 이어지는 새벽의 빛은 더 밝아지고 화려 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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