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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l 11. 2024

호주의 겨울, 그리고 나


현재시간 새벽 3시. 

현재 기온 영상 7도. (시드니)

오늘의 예상 최고 온도는 17도. 


일출 오전 6시 59분

일몰 오후 5시 03분





호주에 6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것이 날씨다. 매일 참석하는 독서모임에서 한 멤버분이 호주의 겨울에 대해 물어보셨다. 최저기온에 대해 말씀드리고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제야 나도 호주의 겨울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보다는 내가 호주의 겨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나에게 쌓인 데이터가 일정치 않다는 점이 원인이었다. 누군가는 오리털 패딩을 입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심지어 슬리퍼까지 신고 있다. 이것이 내가 처음 겪었던 호주의 겨울 모습이다. 매년 또 그러하다. 인상적인 것은, 패딩을 입든, 반팔만 입고 다니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인 듯하다. 가끔 나도 모르게 '저 사람들은 안 춥나?'라는 말을 내뱉곤 한다.


6년 동안 살면서, 내가 경험한 호주의 겨울은 한국의 겨울처럼 확실하게 하나의 겨울 느낌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매년 겪는 겨울이 다르고, 매일 느끼는 겨울의 느낌이 다르고, 심지어 매시간마다 겨울이 다르다. 그리고 개개인이 느끼는 겨울도 다르다는 것도 하나의 데이터로 나에게 쌓였다. 


호주의 겨울이 한국의 겨울 같지 않다고 해서 겨울이 아닌 것은 아니다. 겨울이 무조건 추워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양한 모습을 담은 그 자체가 호주의 겨울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호주의 겨울이 꽤 다채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런 겨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각자 봄, 여름, 가을, 겨울 옷 구분하지 않고 호주의 겨울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야 호주의 겨울이 이해되었다. 이제 나도 겨울 속 따스함, 뜨거움을 즐겨보려 한다. 






2년 전 한국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한국에 도착하고 그다음 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장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패딩과 비슷한 코르덴(코듀로이) 바지를 입고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가족만 호주에서 온 옷을 입고 있어서, 마치 달나라에서 온 외계인 가족 같았고, 어느 산골 외딴곳에 살다 온 가족 같았고, 미운오리 새끼 같았다. 온갖 차려입고 왔는데 왠지 촌스러운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다 든 생각은, 


서울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추위의 겨울을 느끼는 걸까?

그들이 느끼는 겨울이 지금 내가 느끼는 겨울일까?

내가 느끼는 겨울을 그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과연 겨울의 모습은 하나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합해지면서,

나는 그냥 나의 옷을 입기로 했다. 


눈에 띄는 외계인이어도,

어느 산골 촌스런 엄마여도,

구박받는 미운 오리가 되더라도,


그냥 나는 나만의 겨울을 느끼기로 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모든 개개인이 다르니, 

비교할 대상이 사라지고, 

나는 자유를 얻은 것이었다. 


내가 무슨 옷을 입든지, 

나의 스타일은 옳은 것이니

내가 편안함을 느낀 것이었다.


호주의 겨울을 바라보며, 나를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가을의 단풍잎이 모두 떨어지면, 피어나는 호주의 겨울 꽃. 



봄에만 꽃이 피는 건 아니었다. 

꽃이 폈다고 봄인건 아니었다. 


아니면 가을 다음에 봄이 올 수도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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