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햇빛은 쏟아져 내리는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사방으로 쏟아지기는 하지만, 쏟아져서 없어져 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 쏟아짐은 확장이기 때문이다. 햇빛은 햇살이라 불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즉, 햇빛은 공간 속에서 확장되어 나가는 선이다. 햇빛이 좁은 틈새를 통해 어두운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 햇살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햇살은 직선으로 나아가며 확장되다가, 공기가 뚫고 지나가는 것을 가로막는 단단한 물체를 만나는 경우에는 굴절되는데, 이때에는 그 지점에서 멈춰 서서 방향을 트는 것일 뿐이고, 억지로 뚫고 나아가려다가 미끄러지거나 추락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따사로운 햇살을 확장시키는 해가 아닌,
날카로운 가시가 되는 건 아닌지.
그러다, 모든 내 모습을 숨기고
다시, 나의 빛도 숨기고, 다시 사라지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