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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l 13. 2024

나의 새벽시간은,

요즘 나는 매일 잠과 줄다리기를 한다.


6시간의 밤잠이 1시간, 2시간짜리 잠으로 나누어져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나도 뒤질세라, 낮에 1시간, 2시간짜리 잠을 여러 개 만들어서 여기저기 흩어 놓는다.


새벽엔 새벽잠,

오전엔 오전잠,

낮엔 낮잠,

자투리 시간엔 쪽잠,

저녁엔 밤을 준비하는 저녁잠.


하루 종일 자고있는 느낌이고,

하루 종일 깨어있는 느낌이다.


새벽 1시가 기상시간인지,

오후 1시가 기상시간인지 이제는 파악되지 않는다.

확실하게 아는 건,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 나는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잠이라는 녀석이 왜 이리 나를 가만두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나에게 분명 정신과 정서(감정)의 혼란이 온 것이 분명했다. 나에게 이런 변화가 왜 온 건지, 길고 깊은 잠을 마다할 정도로 기나긴 새벽시간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오늘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전날 들은 한마디가 나를 뒤흔들고 있다. 내가 편집증적이라고?

나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나는 예민하다. 아주 극심하게 예민하다. 누군가에게 편집증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예민하다. 그러다 보니 이 예민함이 나를 아프게 한다. 감정적으로 말이다. 그런데 예민함과 민감함이 뭐가 다른 거지? 이 새벽시간이 알려줬다. 내가 극심하게 예민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민감하니까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그림 그리는 사람이 예민하고 민감하지 않으면 어쩌냐고. 




잘 자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 영감들이 나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는 듯했다. 화들짝 정신없이 일어난다.

나에게 온 영감들을 정리 중이다. 나는 영감이 필요한데, 이 새벽시간은 내가 판단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끊임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에게 퍼붓는 듯하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나의 민감함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 이 새벽시간이다. 이렇게 나에게 온 영감들을 활용하여 브런치 글도 쓰고, 일기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도 한다. 


요즘은 밤마다 비가 온다. 자연에서 백색소음을 선물로 주니, 새벽시간이 더 기다려진다. 그리고, 비가 오면 생각나는 말이 있다. '글쓰기 좋은 날이네' 자연스럽게 나는 글에 더욱더 집중을 하게 된다. 




나 스스로에게 던져지는 질문이 있다. 너는 깊이라는 게 없니? 

나는 깊은 사유를 하는 중이다. 나는 깊이를 추구한다. 멀티디자이너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게 온 여러 가지 영감들이 나를 넓게 확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깊이가 없다면 금세 들통날 것이 뻔하다. 그러다 보니 이 새벽시간은 내게 깊은 사유를 하여 내 사고의 결을 만들도록 나에게 고요한 시간을 제공하는 듯하다. 책을 읽으면, 하루 온종일 날 괴롭혔던 여러 가지 질문들은 새벽의 고요함속 책으로 옮겨져 어느새 잔잔해진다. 그리고 책은 나에게 슬쩍 답을 보여준다. 그러면 나의 사유가 시작된다. 


"사람의 근본적 태도를 바꾸는 일은 장구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로고스의 분출, 이성의 한없는 과제라는 생각이 인간의식에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성은 여기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일어난 이성이 존재를 가로지른다. 여기에 스스로의 소리를 다시 듣는 수단으로서 글쓰기가 큰 역할을 한다."

 - 김우창 (주)



이렇게 수천수만 가지의 다양한 생각들이 이 새벽시간엔 하나의 물줄기로 모이는 듯하다. 그렇게 서로 섞이면서 부딪히고 파괴되고 소멸되면서 새로운 거대한 생성을 이뤄내는 것이다. 마치 새로운 해가 뜨면서 새로운 오늘이 왔다고 신호하는 듯하다. 그리고 새로운 내가 태어났다고 알려주는 듯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확실하게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전날의 고민, 

새벽에 꺼내는 깊은 사유, 

갑자기 들어오는 영감들을

새벽의 고요함 속으로 나의 생각을 진정시키면, 

오늘의 해가 뜨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해답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 또한 성장해 있음을 확인한다.


결국, 나의 혼란스러운 잠은 나를 마구 흔들어대며

내 안 깊숙하게 숨어있는 나의 참모습을 데리고 나온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해석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알려준다.


또한, 

지금 내게는 

새롭게 태어난 '2024년 7월 13일, 오늘의 나'를 알려주었다.

오늘의 나로 살고 나면,

'내일의 나'를 기대하라며 

'오늘의 나'에게 또 혼란스러운 잠을 보내주겠지? 


 



어제의 잠과 오늘의 잠을 포개보니 하루가 꽉 차, 나의 꽃을 피웠다.




(주) 김우창, 깊은 마음의 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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