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안을 채우다 01
꿈을 꿨다.
한쪽 눈은 분명히 뜨고 있었는데,
한쪽 눈은 감은 채 계속 꿈을 꾸고 있다.
회전목마가 천천히 돈다.
마치 시간마저 느려진 것처럼,
엔틱 스타일의 고급스러운 회전목마가
슬로모션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황금빛과 은빛이 조화를 이루는 마차들은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기보다는 오히려 세심하게 관리된 것처럼 반짝인다. 나는 그곳에 누가 있을지 기대하며, 한참 동안이나 회전목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없다.
내가 타다가 내려온 걸까?
다른 사람들도 모두 떠나버린 걸까?
나는 타고 싶은데 탈 수 없는 걸까?
왜 회전목마는 계속 돌기만 하는 걸까?
순간, 상실감, 고립, 갈증, 반복이라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밀려왔다.
그러나 곧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같은 상황을 여러 시선으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려 했다. 다른 이의 입장에서, 좀 더 넓은 시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되짚어 보았다. 마치 큐브를 돌리듯이, 이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재해석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모든 것 또한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더 나아가서, 내 정신이 관점을 바꾸고 있음을, 그리고 내가 스스로 나를 찾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꿈속에서도 나는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꿈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새로운 시도의 시작이었다.
회전목마는 여전히 천천히 돌고 있었다. 마치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듯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바라보는 이 회전목마가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 회전목마는 나의 하루하루를 상징하고 있었다. 은은한 구릿빛의 금속마차가 오래되었지만 광택을 잃지 않았듯이, 나의 일상도 매일같이 반복되지만, 그 안에는 세심하게 관리된 나만의 빛이 있었다. 녹슬지 않게, 지치지 않게, 나는 나의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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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알았다.
이 회전목마는 아주 작았다.
더 큰 회전목마로 옮겨 탈 때가 온 것 같다.
나의 하루라는 작은 완성체는,
이제 인생이라는 더 큰 완성체로 이어져
거대한 둥근 고리(주)로 궤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이제 기존에 돌던 작은 고리에서 내려와,
새로운 나로서 장전하고,
더 크고 신나는 궤도로 올라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더 큰 회전목마를 탈 자격을 갖추기 위해,
내 일상을 더욱 의미 있게 꾸려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다음번 회전목마에 올라탈 때는,
더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
누구나 탈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내 인생이 모두와 함께 나누어지는,
함께하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주) 둥근 고리: 니체는 그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영원회귀의 개념을 언급하며, 삶의 반복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이야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