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6.6 시간으로 나눈 하루

by 근아

6의 마력


요즘 6이라는 숫자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찾아온다. 누군가는 666이 악마와 연관된 숫자라 하던데, 나는 종교가 없으니, 자세한 건 모른다. 그저 6이라는 숫자가 지금 나를 엄청 홀리고 있는 중이다. 악마는 아닌 것 같은데 여하튼 무서운 마력으로 나를 어딘가로 빠뜨리고 있다.


이는 6개의 시선으로 나를 들여다본다고 한 이 브런치북의 주제와도 연결된다.


나를 들여보는 하나의 툴로 사용한다.

큐브!

이 획기적인 모양 하나가 나를 6으로 이끌었고

나는 6이라는 숫자에 나의 일상 전체를 담게 된다.

나는 하루를 6666으로 나눠 산다.


처음 6시간은 나를 깊이 들여다보고 성장시키는 시간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비몽사몽이긴 하지만 일단 나의 생각의 흐름에 집중한다. 고요한 새벽의 정적과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순수한 마음이 어우러져, 전날 밤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도 하고, 글이나 그림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그 후에는 글을 쓰고, 독서를 하고, 독서토론을 한다. 내 생각을 밖으로 표현하고, 새로운 배움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의 생각은 더 발전되고 단단해진다.


두 번째 6시간은 나의 미술적 감성을 표출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오롯이 나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게 된다. 작업실에 앉아 일러스트를 그리거나, 컴퓨터로 북디자인을 하며, 다양한 미술 재료로 여러 표현 방법을 실험하기도 한다. 수요일은 특히 나에게 가장 특별한 날로, 아트 클래스에서 새로운 배움을 통해 나의 시야를 넓히고 경험을 쌓는 날이다. 글로 정확히 표현해야 하는 새벽의 6시간과는 다르게 나만의 감각에 나를 맡기는 시간이다.


세 번째 6시간은 나의 집과 나를 돌보는 시간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집안일이 포함되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과의 시간이 포함된다. 이제는 둘째도 4학년이 되면서 엄마의 손길이 덜 필요하기에 이 시간의 많은 부분이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있다. 나는 이 시간을 영어 공부를 위한 시간으로 다시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를 여유롭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 자막 없는 영화를 즐기곤 한다. 이는 내일을 시작하기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는 시간이기때문이다. 그러나 이 틈을 타서 악마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여러 가지 고민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깨끗이 비워놓은 내 마음속을 차지하려 하니 말이다.


그러면, 네 번째 6시간을 맞이할 시간이다. 깊은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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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6666으로 나뉘면서,

가끔은 한 시간이 6시간으로 길게 혹은 느리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 '한 시간'이라는 시간도 다시 나눠 살펴봐야하지 않을까?


1시간 60분, 1분 60초, 그러면

1초는?

1초라는 찰나와 같은 시간에

나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두리번거린다.

천사와 악마의 사이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순간의 선택에 따라

여기에 있던 내가 저기로 가기도 하고

앞으로 가던 내가 뒤로 가기도 한다.


아직 천사인지 악마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오염 없는 순수한 내 본능을 따르는 중이다. 나를 바꾸고 있는 중이라 어제의 이랬던 선택이 오늘은 저런 선택이 되기도 한다. 변덕스러움이 아닌, 나의 관점의 변화 혹은 진화에서 오는 오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큐브에 나를 담는 과정을 완성해 낸다면 제 아무리 마력 있는 악마라도 내 마력에 당할 재간이 없을 것이다.


1초는 그래서 나에겐 너무 소중하다.

1초가 여기서 저기로 날 이끄니 말이다.

그 1초의 시작에서 시작된 60초, 60분, 6시간, 6666의 하루.


어느 하루는 화창한 호주의 봄 햇살이 내리는 포근한 하루이고,

어느 하루는 거친 회오리에 온 세상이 뒤집어지고 뒤엉킨 혼란스러운 하루이고,

어느 하루는 어둠 속에서 별무리들이 반짝거리며 나만을 비춰주어 든든한 하루이고,

어느 하루는 내가 애써 쌓아 올린 모든 것이 불에 타 순식간에 재로 남아 허탈한 하루이고,

어느 하루는 겨우내 숨어있던 새싹들이 쑥쑥 자라 나에게 신선한 공기를 선사하는 하루이고,

어느 하루는 오로지 나만 보여서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하루이다.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며,

나는 다시 그 시작 1초의 찰나로 돌아가본다.

시작과 끝을 함께 보며,

다음에 찾아올 1초를 다시 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1초, 60초, 60분, 6시간,

그리고 6666의 하루가 쌓여

나의 삶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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