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디자인에 나의 시그널을 담다 - theME 근아
지담 작가님의 <엄마의 유산> 책을 위한 일러스트와 북디자인을 작업 중입니다.
일러스트 작업일지
내지에 들어갈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하기 전, 나는 이 프로젝트가 가진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오랜 시간 깊이 고민했다. 이 책의 주제와 톤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단순히 내가 기존에 해오던 스타일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익숙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시각적으로는 안정감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책이 담고 있는 깊이와 감성을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결국 결론적으로 평소의 복잡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더 단순하고 미니멀한 추상적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나에게도 상당한 도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표현 방식을 사용하면서 나 스스로도 고뇌하고 고민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방식이 이 책의 본질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했다.
단순화된 이미지를 통해 나는 이 책이 전하려는 깊은 사유와 진실된 감정,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의 서사를 담아내고자 했다. 추상 미술은 구체적인 이미지나 형상 대신, 독자들에게 각자의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그래서 나는 이번 작업에서 독자들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면 독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이 사라지고, 감정이 강요되거나 제한될 위험이 있다. 반면, 추상적인 이미지는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흐르게 만들어 독자 각자에게 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나는 이 방식이 독자와의 교감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고, 그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의도한 접근 방식이 모든 독자들에게 동일하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다. 추상적인 이미지는 그 자체로 모호함을 담고 있기 때문에, 독자분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일부 독자들은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추구한 것은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독자들 스스로가 찾는 모든 의미가 정답이 될 수 있다. 나는 이 모호함이 오히려 더 풍부한 독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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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일러스트에는 특정한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는 제목인 '엄마의 유산'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엄마와 아이 사이의 깊은 연결에 있다. 이 책의 이야기와 서사는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조언, 그리고 아이가 그 조언을 받아들여 성장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작품 내의 여러 요소들이 이 연결성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나는 이러한 조언과 성장이 어떻게 이어지고, 아이의 내면과 외면에서 어떻게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집중해 각각의 이미지를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형상보다는 추상적인 이미지들이 이러한 변화를 더 직관적이고 감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모든 일러스트는 이러한 전체적인 콘셉트를 담고 있지만, 각 챕터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에 맞춰 영감을 받은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예를 들어, 지도, 거미, 그리고 독서와 같은 단어들이다. 추상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었지만, 각각의 이미지는 각 주제에 맞는 깊은 의미와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