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주에서 고3 엄마다
메이페이퍼 ㅣ 나는 호주에서 5살이다 ㅣ 12
“제가 호주 수능시험(HSC)에 대해서 잘 몰라서… 제가 딸을 어떻게 서포트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해주실 거 하나도 없으세요.
> 케일린이 지금까지 잘하고 있으니까
> 지금처럼 계속하면 돼요.
> 그렇지, 케일린? 잘할 수 있지?
작년, 학교 상담 중 선생님들과의 대화다. 내가 여기서 선생님들이라 표현하는 이유는 과목마다 상담을 10분씩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똑같은 질문을 모든 과목의 선생님에게 여쭤봤다. 그들의 대답도 항상 똑같았다. 하지만 대답을 듣고도 찜찜했다.
아닌데, 내가 해줘야 하는 게 분명 있을 텐데. 의심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제 그들의 말을 이해한다, 그들의 의견, 그들의 교육문화를 존중한다.
고3.
사실 딸의 고3생활은 지난해 마지막 학기(주1)에 시작됐다. 진짜 고3이 수능시험을 10월 한 달간 치르는 동안.. 그 밑에 고2 학생들이 동시에 고3 공부를 시작한다. 예비 고3 학년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고2는 한 학기 일찍 끝나고, 고3은 한 학기 일찍 시작된다. 이런 학기제도는 호주의 다른 주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일단 내가 살고 있는 시드니, (아마도) NSW의 시스템은 이러하다.
그러하기에 딸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고3의 첫 번째 학기를 경험했다. 그리고 나도 함께 호주 고3의 생활을 경험했다. 근데, 고2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근데, 저렇게 고3이 저렇게 널널해도 괜찮은 거야? 공부해!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너무 노는데~ 잠깐의 불안은 있었다. 그 불안은 금방 사라졌고, 괜한 걱정과 긴장을 안고 살았나 싶었다.
그리고 12월 방학, 딸은 신나게 놀았다.
친구와 바닷가
친구와 시티 레스토랑
친구집에서 하룻밤
친구와 시드니 불꽃놀이
가족과 여행
친구의 생일파티
친구와 쇼핑
친구와 힙합댄스 배우러 가기
친구와 발레 워크숍 가기
동생과 닌텐도
동생과 베이킹
… 기억 안나는 것까지 수두룩하다.
그럼 내 딸은 공부 안 하는 날라리인가? 아니다. 공부벌레다. 99점을 100점으로 만들어야 하는 완벽주의자다.
신나게 2주를 놀고는, 새 학기가 시작하기 3주 전, 딸아이는 하지 않아도 되는 예습을 혼자서 시작했다. 수학 조금, 물리 조금, 미술 프로젝트 좀 많이.
"새 학기가 되고,
공부할 과목이 많아지면 힘드니까 미리 해놓는 거야~.
꼭 해야 하는 건 아닌데,
그냥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근데,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생각보다 할 게 많네.
내 포트폴리오 볼래?
잘했지.
나도 내가 잘한 거 같아."
"야무지게도 해 놨네. 언제 이런 걸 다 했대~"
그럼 나머지 과목은?
딸에게 물어보면서도,
걱정되거나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 아니다.
그냥, 딸과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서
더 물어보는 거다.
그녀가 신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어서,
더 물어보는 거다.
칭찬을 더 해주고 싶어서
더 물어보는 거다.
사실, 그녀의 계획을 들으면서도, 나는 무슨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 특히, 영어로 배우는 수학과 물리 내가 알 수가 없다. 그런 아쉬움을 가지며 그녀의 말을, 나도 함께 신나서 들어준다.
그냥 들어주는 것이다. 저렇게 신나는 표정으로 자기 공부계획을 말하는데, 안 들어줄 수가 없지. 눈에서 하트 뿅뿅이 나오는 거지.
요즘, 내가 행하고 있는 고3 엄마의 태도는 이거다.
가끔 잘하고 있나,
딸에게 가서
나의 궁금증을 풀면 된다.
“요즘 무슨 공부해?”
그리고 나는 믿는다.
딸아이가 어떤 말들을 하든,
모두 실행될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나오는 결과 또한,
좋을 것이라는 것을 믿고,
나는 신나게 나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
더 공유하고 싶은 호주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편에서 이어집니다.
호주라는 나라가 너무 부럽습니다.
(주1) 호주의 새 학년은 1월 말일에 시작되고, 각각의 학기는 10주이며, 그 사이사이에 2주의 방학과 6주의 크리스마스 여름 방학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