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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Oct 28. 2024

흐름을 따라, 새롭게 쓰는 나의 하루

고요 속에 나를 둔다.

눈도 감고,

귀까지 막는다.

심하게는 나를 조용한 곳에 혼자 둔다.


사람들은 이를 자발적 고립이라 부르지만, 나에게는 외부로부터의 모든 자극을 차단하는 과정이다. 지난주, 나는 그렇게 사흘 밤낮을 조용히 보냈다. 채팅도 조용히 놔두었다. 침묵 속에 있는 나를 주변 사람들도 느꼈는지, 그들도 내가 조용한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내 공간에서 살짝 물러나 주었다.


그리하여, 고요 속에서 나만의 사유가 오랜 시간 동안 자유롭게 펼쳐질 때, 나에게 찾아온 것은 내가 한참 전부터 갈망해 왔던 꿈들이었다. 마치 세상이 잠시 나를 위해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내가 오래도록 바라왔던 기회들이 성큼 다가와 있는 느낌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기억이 흐릿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나는 영국으로 가서 일러스트 수업을 듣고 싶어 했다. 이미 호주에서 디자인 대학원을 마쳤으니, 영국으로의 또 한 번의 이주는 과욕이라 생각했으나, 단 10주라도 그곳에 머물며 배우고 싶은 간절함이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 홀로 품고 있는 욕심이라 말 꺼내기가 민망할 정도였기에, 나의 바람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안에서 점점 더 애틋해져 있었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4개월 동안 호주를 떠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26년 봄, 졸업비자가 만료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비자를 신청해야 했고, 그 절차를 위해 호주를 떠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자가 발급될 때까지는 최소 3~4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그 순간, 나의 생각은 오랫동안 간직한 나의 꿈과 하나로 이어졌다. 마치 내가 갈망해 오던 기회를 위해 필요한 만큼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주어진 듯했고, 무리하게 앞서 나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이건 마치 운명의 흐름 같았다. 졸업비자가 끝나는 시점에서 마주한 이 여백이 마치 나를 위한 특별한 선물처럼 느껴졌다. 호주에서의 7년간 쌓아온 노력이 이제야 비로소 의미를 인정받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주는 듯했다. 그리고 그 문턱에서,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내게 꼭 필요한 능력을 다듬을 기회를, 운명이 내 손 위에 살포시 올려둔 것만 같았다.


내가 오래도록 기다려온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으니, 나에게도 새로운 루틴이 필요했다.


첫 번째 목표는 매일 2시간의 영어 공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잊혀가는 영어를 더욱 단단히 붙잡고, 코로나 시절 미루어진 캠퍼스 생활을 만끽하며, 그동안의 나의 경험과 배움을 나만의 목소리로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나의 사고를 확장하고 더 깊이 있는 존재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나의 내면을 탐구하고, 세계와의 연결 고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자 함이다.


또한, 해외 배송으로 주문한 수많은 책들을 꾸준히 읽어가기 위한, 새벽 독서 모임 시간 외에도, 추가적인 독서 루틴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독서는 지식의 축적을 넘어서, 나의 사고와 인식을 더욱 깊이 있게 다듬고 단단하게 세우는 과정이다. 독서는 나에게 지혜를 주고, 삶의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 준다. 이러한 경험은 독서가 나의 하루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더욱 확고히 해주고 있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 새로운 루틴을 독서 모임 멤버들에게 공개하며, “100일 도전”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 루틴 아래 적은 독서기록의 글.


"결국 핵심을 찾아내서, 그것을 대담하게 표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하면 물론, 짧고 간결한 말이라도 많고 깊은 뜻을 나타낼 수 있단 말이다. 내가 오늘 목격한 장면 같은 것을 그대로 순수하게 표현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가가 될 거다. 그러나 문학이니 무대니 목가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는 그저 자연현상 그 자체에 흥미를 가지면 될 것 아닌가. 무엇 때문에 그것을 이리저리 주물럭거리면서 빚어낼 필요가 있는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괴테)"


그러니, 나에게 온 이 기회를 이리저리 따져보지 않으려 한다. 기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에 흥미를 가지며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맞춰가려 한다. 언젠가, 한국에서 그림 전시회를 열겠다고 적었던 나의 목표가 이제 구체적인 방법으로 연결되어 흐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속 깊이 따스함이 전해진다. 이제는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내 꿈을 이루어가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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