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글감이 마구 떠올랐다.
처음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경험한 나의 첫 번째 변화다. 사소한 일상조차도 새로운 의미를 지닌 이야기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스쳐 지나갔던 풍경이 다시 눈에 들어오고, 무심코 지나쳤던 대화가 내 마음속에서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쓰기는 일상을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탐구의 대상으로 바꿔놓았다.
하루하루가 기록될 가치가 있는 순간들로 채워지면서, 나는 일상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내 삶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냥 살아가는 것과 그것을 글로 남기는 것은 다른 차원의 세계였기 때문이다. 물론 일기를 통해서도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면서는 좀 더 생각을 정리하고 질문을 던지며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일기는 지나간 하루를 남기는 것이지만, 브런치 글쓰기는 그 하루를 해석하는 행위였다.
나의 경우, '위대한 북클럽 새벽독서모임(주1)'에서 1년 이상 인문학을 배우면서 이런 변화를 더욱 깊이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이 모임은 새벽의 기운을 받아 독서와 토론에 집중하는 곳이다.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생각은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고, 더 정교해졌다. 단순히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 사물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 현상은 왜 이렇게 발생하는 걸까?'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은 정말 당연한 것일까?'와 같은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이렇게 익숙한 일상 속에서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시선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런 사유의 과정은, 마치 끊임없는 대화처럼, 인풋과 아웃풋, 즉 받아들이는 것과 표현하는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졌다. 깊이 있는 책을 만나고, 그 안에서 사색하며, 그 생각들을 내 언어로 정제하여 다시 글로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나는 서로 다른 방향의 사고를 경험했다.
책을 읽으면서는 저자의 생각과 관점을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수용적 사고를 하고, 반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는 나만의 독특한 목소리와 관점을 찾아가는 창조적 사고를 형성해가고 있다. 이 두 과정은 마치 자연스러운 호흡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깊게 숨을 들이쉬지 않고는 충만하게 내쉴 수 없듯이, 진정으로 깊이 있는 글쓰기는 충분한 사유와 탐구, 그리고 진지한 내적 대화가 동반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물론, 그저 많은 글을 쓴다고 해서, 또는 수많은 책을 읽는다고 해서 깊이 있는 사고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진정 중요한 것은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와 시선의 깊이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경험하고,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무엇에 진정한 가치를 두는가가 글쓰기의 본질을 결정한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더 아름답게 표현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진정으로 바라보고, 어떤 가치를 담아낼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일지도 모른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한 지 1년이 넘어가면서, 나는 이런 내적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있으며, 그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있다. 이는 글쓰기를 통해 발견한 나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 중 첫 번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유하는 존재로서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이 여정은 나의 삶의 방식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주) 위대한 북클럽 새벽독서모임 https://guhnyulwon.notion.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