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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는 왜 필요할까?

호주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딸에게 전하는 편지 _ 02

by 근아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사유'의 시간을 가져볼래?





지난 편지에서 엄마는 사유를 '다리'에 비유했어. 기억나니?


'사유'라는 것이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연결고리라는 의미였지. 즉,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지.


이를 논리적으로 정리해 보면,


현상 작용원인 (지금 있는 곳) → 원인 (사유) → 결과 (건너간 곳)


다시 말해, 사유의 과정이 없다면 우리는 현재의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그 원인을 탐색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거든. 이 과정에서 사유는 사고의 틀을 넘어 방향을 설정하고 새로운 길을 여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낀다고 해보자. 여기서 '삶이 무의미하다'는 감정은 단순히 순간적인 기분이 아니라,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결과일 가능성이 커. 그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을 수도 있어. 만약 이러한 상태에서 사유 없이 머무른다면, 그는 계속해서 같은 감정을 반복하며 무기력함에 빠질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이때 '사유'가 개입한다면 상황은 달라져. 그는 자신의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의미를 찾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돼. 어쩌면 과거에 자신이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려 볼 수도 있고, 현재 자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탐구해 볼 수도 있어. 혹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되새기며 삶의 방향을 다시 설정할 수도 있겠지.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그는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고, 결국 새로운 목표를 발견하거나 의미를 되찾을 가능성이 커져. 이것이 바로 사유가 만들어 내는 변화, 결과인거야.


결국, 사유는 현재 상태와 변화 이후의 상태를 연결하는 다리로서 기능하는 거지. 우리는 사유를 통해 스스로가 어디에 있는지를 인식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며, 그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창조해 나가.



그렇다면 왜 사유가 반드시 다리 역할을 해야 할까?


그저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고 그대로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는데, 우리는 왜 변화하려 하고, 성장하고 싶어 하는 걸까?


만약 사유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멈춰 있을 수밖에 없어.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같은 선택을 하게 되는 거야. 처음에는 익숙해서 편안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무기력함을 느끼게 돼. 왜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더 나아지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지.


변화 없는 삶은 결국 정체를 의미해. 같은 어려움을 반복해서 겪고,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삶은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장해야 해.



그럼, 성장이란 무엇일까?


흔히 성장이라고 하면 '더 나아지는 것' 혹은 '변화와 발전'을 떠올리지만, 그 의미는 훨씬 더 깊어. 성장의 본질은 단순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어.


성장이란, 없던 것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알지 못했던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며, 이전의 나를 넘어서는 것이야.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해 보자. 그는 처음에는 단어 하나조차 익숙하지 않지만, 점점 문장을 이해하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언어를 통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돼.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게 되는 거지. 이런 변화가 바로 성장의 과정이야.


즉, 성장의 핵심은 기존의 나에게 없던 것이 생기고, 이미 가진 것들이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 데 있어.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며,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하게 돼. 성장은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넓게 바라보며, 더 본질적인 것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해.


결국, 사유는 우리가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야. 사유 없이 우리는 변화할 수 없고, 변화 없이는 성장할 수도 없어. 사유는 우리를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다리이며, 성장으로 가는 길을 열어 주는 열쇠이기도 해.



그렇다면, 우리는 사유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거야.


사유는 방향을 정하고 길을 여는 과정이지만, 그 길을 실제로 걸어야 하는 건 너자신이야. 즉, 사유와 행동이 함께할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로 건너갈 수 있어.


그러니, 사유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사유가 이끄는 길 위를 한 걸음씩 걸어가 보길 바래. 그 길 끝에서 너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조금 더 성장한 자신을 만나게 될 테니까. 그래줄 수 있겠니?


마지막으로,

너에게 그림 하나를 보여주면서 오늘 쓰는 이 편지를 마칠까 해.

10분만 가만히 그림을 보면서 '사유의 다리'를 건너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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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엄마가 또 편지할게.


사랑하는 딸에게.

엄마가.


2025년 3월 2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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